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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차산업혁명, 기술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다

김상윤 기자I 2017.03.26 14:47:06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올초 영국 로봇개발 회사 ‘몰리 로보틱스’가 키친로봇을 공개했다. 세계 일류 요리사들의 조리법을 그대로 재현해 무려 100가지가 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사용자는 단지 메뉴를 선택하고 그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 조리대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식사를 하고 나면 뒷정리인 설거지까지 마무리해준다.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삶을 좀더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증기 기관이 도입되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단순 일률적인 노동은 기계가 대처했다.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증가되면서 생긴 잉여를 인류는 즐길 수 있게 됐다.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서비스업 등 새로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자리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체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 양극화를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기계가 대처가능한 사무직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고숙련 노동자와 음식점 등 단순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임금은 하향평준화되는 반면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만 높아지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정책의 촛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들은 너도나도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교육 격차는 다르다. 교육이 기술과 경주에서 뒤쳐질수록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 안의 문제를 넘어 세계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여전히 정원 규제의 틀에 매여 있다. 다양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시장 수요와 괴리된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정원이 정해져 있다보니 IT 등 특정 전공의 정원을 늘리기가 어렵다. 결국 대학간 경쟁은 저하되고, 대학 서열화는 고착화되면서 여기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경쟁만 가중되고 있는 꼴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교육 개혁 없이는 결코 우리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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