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새 국면에 접어든다. 개별 구역들의 실태조사가 끝나감에 따라 서울시도 단순히 사업비를 파악하고 주민들에게 비용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사업 전 단계에 걸쳐 공공 관리 및 지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개입 수준을 높힌다.
특히 수년 째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전문가 파견 등을 통해 활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반대로 사업이 제 속도를 내는 곳에는 사업비를 저리에 융자해주는 등 ‘당근’을 제공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30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뉴타운·재개발) 현장 공공지원 강화책’을 발표했다.
①수 년째 제자리인 재개발…정상화 지원
먼저 주민 갈등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에 놓인 뉴타운·재개발 구역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공공 지원 및 관리가 강화된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안에서 사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정비구역은 총 180곳이다. 5년 이상 정체된 구역도 32곳에 달한다.
서울시는 사업 지연 기간이 2년 이상인 구역에는 공공 전문가인 ‘정비사업 닥터’를 파견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3년 이상일 경우 조합, 시공사, 주민 등이 참석하는 상생토론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에는 건축사와 기술사 등 사업관리자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자문단은 공사비 내역을 산출하고 시공사가 설계 변경을 통해 증액한 공사비가 타당한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용역비 등 비용은 전액 시가 부담한다.
동대문구 제기4구역 등 5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5개 구역에서는 다음 달부터 조합 운영 실태 점검이 실시된다. 사업이 늦어진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서 파악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오는 12월 중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조합의 예산 편성과 집행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안과 회계 처리 기준을 법제화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조합의 회계 처리 내역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②모범 조합에는 ‘당근’ 제공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는 조합에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서울시는 추천서 접수, 칭찬 코너 운영 등으로 우수 운영 사례를 발굴하고 사실 점검 및 협약 체결을 거쳐 선정된 모범 조합에 사업비를 낮은 금리에 융자해 줄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뉴타운·재개발 구역 34곳에 사업비 150억원을 융자 지원했다. 내년에는 예산 350억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모범 조합에는 이 자금의 신용대출 금리가 4.5%에서 3%, 3% 대인 담보대출 금리는 1%로 인하돼 제공된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의 경우 한 구역이 최고 30억원을 융자받았을 때 연간 사업비 45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또 서울시는 우수 사업장에 시가 위촉한 공공건축가를 총괄계획가(MP)로 참여케해 정비계획 수립부터 심의까지 일관성을 높이고 디자인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사업장은 신축 주택이 2000가구 이상만 해당되고, 새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가구 수와 무관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③재개발 고민되거나 관뒀을 땐…
이밖에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마쳤지만 아직 진로 결정을 못하고 갈등이 큰 구역에는 이동 상담부스를 설치하고 실태조사관이 상담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주민 손으로 사업 해제를 결정한구역에는 부분재개발 방식인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대안 사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실태조사 대상 총 571개 구역 중 315개 구역의 조사를 마치고 196곳에 추정 분담금을 알렸다고 밝혔다. 조합 등 추진주체가 없는 구역이 130곳, 추진주체가 있는 구역이 66곳이다. 이중 130곳은 주민 손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계속 추진이 42곳, 해제가 88곳이었다. 진로 결정에는 사업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실태조사 기간은 공사비가 확정된 조합 단계가 그렇지 않은 추진위 단계보다 1.5개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 단계의 실태조사는 평균 8.3개월, 조합 단계는 6.8개월이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실토조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사업이 계속 갈 곳과 멈출 곳을 구분해 맞춤형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