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작용 조사 건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리베이트로 처벌되는데 보건당국이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부작용 점검을 활발하게 진행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등의 부작용 조사를 의무화하는 ‘시판 후 조사’ 제도의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시판 후 조사’란 신약을 발매한 제약사가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부작용을 조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약 등을 발매한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부작용 점검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약처는 그동안 신약 발매 후 6년내 3000명 이상, 개량신약은 4년내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판 후 조사를 실시토록 규정해 왔다. 그러나 2010년 말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약사법시행규칙에 ‘사례비를 줄 수 있는 사례보고서의 개수는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의 최소 개수로 한다’는 내용의 조사 건수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시판 후 조사는 부작용 점검 대상 3000명을 못 채워도 처분을 받고, 3000명을 초과해도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는 어정쩡한 제도가 됐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미약품(128940)의 개량신약 ‘아모잘탄’이 부작용 조사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후 “리베이트 감시를 목적으로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식약처는 제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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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시판 후 조사에 대한 최소건수 규정을 삭제하는 작업도 추진키로 했다. 부작용 조사를 ‘신약 3000명 이상, 개량신약 600명 이상’으로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고 의약품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시판 후 조사 건수 제한은 국내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과거 시판 후 조사 최소건수 규정을 뒀다가 지금은 폐지된 상태다.
예를 들어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은 약물의 경우 시판 후 조사를 많이 진행해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부작용을 점검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조만간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유무영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리베이트 우려로 제약사들의 부작용 조사 작업이 제한받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유연성 있게 개정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의 부작용 조사 활동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실제로 시판 후 조사 건수 제한 규정이 신설된 이후 제약사들이 기존에 계획했던 부작용 조사 계획을 중단하는 사례도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규제로 부작용 조사를 제한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다”면서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의약품 안전관리가 더욱 철저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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