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전혀 예상도 못했고…."
이정숙 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당시 무대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이 행장은 "이왕 나왔으니 선물로 냉장고라도 줘야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못가져왔다. 대신 이것이라도 드리겠다"며 뜬금없이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펼쳐보니 승진사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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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창구업무만 해야했던 이 씨는 그날로 대출이나 외환 등 영업점의 모든 업무를 다룰 수 있는 일반직군으로 전환됐다. 당연히 급여도 올라간다.
우리은행 내에서 '청약통장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고객유치 실력을 보였음에도 텔러행원에 머물러야했던 그녀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던 셈이다. 이 씨는 3년전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청약저축종합통장을 두 달만에 1000건이나 유치해 국토해양부장관의 표창까지 받았다.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몇날 며칠을 울었어요. 이젠 텔러업무 뿐 아니라 다른 직군의 업무도 할 수 있게 됐으니 공부를 더 해볼 생각입니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날 발안지점 부지점장에서 광교도청역지점장으로 승진한 장선영 씨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 했다. 장 씨는 3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막혀 남자직원들보다 승진이 더뎠다. 본인의 영업실적이 좋았음에도 지점의 성과가 낮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승진을 계기로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게 된 것에 고마워했다. 장 씨는 "항상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즐겁게 하면 성과가 돌아올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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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인사상 승진이 아닌 특별승진은 우리은행 창립 이후 처음이다. 영업현장을 강조하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는 "정말 잘하는 직원을 알아주는게 조직의 역할이고 최고경영자(CEO)가 해야할 일 아니겠냐"며 "여자라고, 계약직이라고 불이익을 받던 것을 고쳐 영업을 잘하면 누구라도 승진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즐거운 일터'를 약속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특별승진도 그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는 "행장이 고객중심이라고 밤낮 외쳐도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흥이 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