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기자] 코스피가 7개월만에 장중 1400선을 넘어서는 등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압력이 부풀대로 부풀고 있는데다 뉴욕증시 하락소식이 악재로 작용할만 하지만 코스피는 크게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다.
6일 오전 11시21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2.28포인트(0.88%) 떨어진 1385.64를 기록 중이다. 얕은 조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코스피는 오전 한때 1408.57포인트까지 오르며 지난해 10월2일 이후 처음으로 14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 분위기가 좋은 이유는 유동성과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증시의 큰 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으며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모두 리먼 파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감이 높아지면서 이제 국내증시를 새롭게 바라볼 때"라고 판단했다.
◇ 외국인 매수 좀 더 이어진다
최근 사흘 연속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코스피의 상승엔진 중 한가지는 연일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 IT업종을 중심으로 약 1조3000억원 순매수를 보인 후 4월에는 4조2000억원 순매수했다. 또 최근 3일간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순매도한 규모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만큼 외국인의 국내주식 쇼핑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 외국인은 올들어 5조80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난해 34조원 매도우위를 보인 것에 비하면 17%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최근 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01년 이후 평균 36.7%뿐 아니라 올해 평균 28.3%에도 미치지 못하는 27.4%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 지속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랠리동안 외국인 순매수 3분의 2는 1300선에서 유입됐다"며 "이번 랠리에서 외국인 매수 참여가 다소 뒤늦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익실현 시점도 좀 더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추가 상승 기대감…1500까지도 가능할 듯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추가 매수가 예상되는데다 유동성과 펀더멘털 개선까지 가세하고 있어 주가 상승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지난주 후반 발표된 미국의 4월 ISM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의 개선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PMI 개선 지속과 국내 수출 300억달러대 회복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류 팀장은 "주후반 미국의 4월 고용지표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가 증시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다른 매크로지표와 실적 발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1450선까지 지수가 추가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각종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도 V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등 주변 분위기가 좋아 돌발악재가 없는 한 상반기 15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한국증시에서 큰 폭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S는 "최근 한국증시와 원화의 강한 반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이 과도하게 빨리 올라가고 있으며 곧 조정이 올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가격 정상화로 보고 있으며 더 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조정 부담은 여전…돌발악재 주의보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던만큼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또 결과 발표가 연기되고 있는 미국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예상밖의 결과를 내놓는다면 돌발악재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재만 연구원은 "어느 정도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것은 이미 알려졌던 만큼 악재가 아니다"며 "다만 리먼과 같이 파산을 한다던지 예상치못했던 결과가 나온다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사자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할 변수라는 의견도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적은 규모지만 외국인이 단기 차익실현을 위해 선물시장에서 순매도 규모를 키운다면 증시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면서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동향도 주의깊게 살펴봐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