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체할라"..李대통령 첫날부터 송곳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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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I 2008.03.10 12:12:15

기획재정부부터 업무보고 시작..李대통령 모두발언 군기잡기 눈길
''공무원들은 위기 와도 월급 나오니까 그런가''..철밥통 의식 깨라 주문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부부처 가운데 첫 순번으로 업무보고를 하게 된 기획재정부를 향해 대통령은 송곳같은 지적들을 쏟아냈다.

공무원들의 근무 자세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질책이었지만 업무보고를 시작하는 첫날 작심하고 군기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강도가 셌다.

대통령은 아침 일찍부터 긴장하고 나온 관계자들에게 처음에는 특유의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었지만 회의장에 들어서서 마이크를 잡자마자 독설가로 돌변해 뼈아픈 말들을 쏟아냈다.

○…7시30분부터 시작한 업무보고를 위해 샌드위치와 커피가 아침으로 나왔다. 대통령은 '커피나 한잔 줘요'라고 말을 꺼냈다가 이내 커피메이커가 놓인 곳으로 걸어가 직접 커피를 따라 마셨다. 샌드위치를 씹으며 기자들도 같이 먹으라고 한마디.

기획재정부 간부들에게도 "나 때문에 못했다고 하지 말고 체면 차리지 말고 먹으라"며 유머를 섞으며 분위기를 끌어갔다. 류우익 대통령 실장도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그는 서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이러다가 업무보고 끝날때까지 맨날 샌드위치만 먹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거들었다.

김애실 의원이 "이게 대통령님 젊었을 때 스타일 아니냐"고 묻자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는 서서 회의했다. 앉아서 하지 않고"라고 화답.

○…오전 7시30분에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이날도 어김없이 화제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나는 빨리 돌려보내려고 빨리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업무보고는 예상보다 길어져 오전 10시를 넘겼다.

대통령은 아침 일찍 회의를 시작한 것에 대해 "공직자는 쉽게 말하면 머슴이다. 말은 머슴이라고 하지만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머슴은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다.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라며 이른 아침의 일정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주문했다.

강만수 장관이 업무보고에 위해 일어서서 인사말을 시작하자 대통령은 '앉아서 하세요'라며 분위기를 풀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배려'는 여기까지가 마지막. 참석자를 소개받은 후 마이크를 잡은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향해 비난에 가까운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는 국제 여건이 어렵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위기에 빠졌을 때는 전 간부들이 잠을 못잔다"며 "어떻게 하면 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상품 만들까 잠을 못자고 고민하는 데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자리 없고 서민 힘들어 할 때 공직자들이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나"고 반문하며 다그쳤다.

대통령은 이어 "기업들은 잘못되면 부도난다. 직원들에게 봉급을 못준다. 두세 달 체불할 수 있다. 파산 직전으로 간다. 공직자들이 서민 어려워하고 일자리 없고 재래시장 상인들 장사 안돼 한숨 쉬고 있을 때 우리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일합니까. 국민들 힘들어도 여러분은 봉급 나간다. 1조가 들어갈 사업에 2조, 3조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 없고 불안해 할 사람도 없다"며 쉼없이 질책을 쏟아냈다.

좌중의 분위기가 숙연해졌지만 대통령은 작심한 듯 "특히 기재부 간부들에게 이야기한다. 다른 부서에는 이런 이야기까진 안할려고 한다. 재정에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은 떨어지고 일자리 줄고 이렇게 한들 여러분들한테 오는 게 뭐냐. 감원이 되나 봉급 안 나올 염려가 있나. 그냥 출퇴근 하면 된다. 모두 신분이 보장돼 있다는 것 때문에 위기나 위기 아닐 때나 같은 자세다"라며 속사포처럼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봉급까지 운운하며 '철밥통 의식'을 버리라고 다그치자 좌중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숙연해졌다.

○…대통령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공무원들의 경륜과 노하우도 '바꿔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은 "여기 계신 1급 이상 공직자들은 오랜 업무에 숙달돼 있고 능력도 갖췄고 경륜도 갖췄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가 가진 관습과 경험"이라며 "여기에 의존해 내일을 살아가면 발전이 없고 매우 위험하다. 경륜은 참고만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적 발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시 후 좌중을 둘러본 대통령은 숙연하다 못해 침울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듯 다시 좌중을 다독이며 마무리했다. 대통령은 "저는 여러분을 믿는다. 서울시장 4년 때도 공직자를 믿었다. 함께 힘을 모아 할 수 있었던 것은 공직자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독려했다.

또 "오래된 공직자들은 70년대 1차 오일쇼크 외환위기 70년대 말 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 등 어려운 위기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조금 전에 깎아내렸던 '오래된 공직자'들의 경륜과 노하우를 다시 추켜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났지만 숙연해진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짧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대통령의 발언은 15분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공무원들을 여러번 들었다 놨다 한, 식은 땀 나는 인사말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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