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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걱정된다..`받쳐줄 재료 없어`-WSJ

김윤경 기자I 2007.11.12 14:46:18

美경제 둔화 가능성..신용 위기감 재발
고유가에 금융기관 대출도 조여..부유층 소비도 줄듯
다국적 기업 견인한 세계 경제 성장세도 `주춤`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경제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등 미국 증시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진단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 여름 신용위기로 크게 흔들렸지만, 중국과 인도, 유럽 등의 견조한 성장세,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 덕에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신용위기로 인한 손실분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신용위기를 재차 조성하고 있다. FRB는 미 경제 성장세 둔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나라 밖에서 도움을 줬던 유럽 경제 성장세도 기울 것으로 보이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가에 대출까지 조여..소비심리 급격히 악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로 가솔린 가격이 오르고,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히고 있다. 소비가 이끄는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가 명약관화한 대목이다.
 
월마트와 J.C. 페니, 노드스트롬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모두 월가가 예상하고 있는 매출 전망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에서 52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잭 어블린은 "(고급 백화점인)노드스트롬 뉴스는 악재였다"면서 "부자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소비 둔화만 걱정할 것이 아니란 얘기다.
 
◇"美 경제 걱정도 큰데"..유럽 등 성장률도 둔화될 듯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연율 3.9%를 기록했다. 신용위기에도 불구, 전세계 경제 성장세가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을 부양해 줬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프록터 앤 갬블(P&G), 인텔, 시스코 시스템즈 모두 전세계적인 수요 때문에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일 달러를 축적해 두고 있는 중동 및 아시아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를 많이 사들인 주체들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앨런 시나이 디시전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을 40%에서 50%로 높였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내년이 되면 9~10%로, 인도는 9.5%에서 8.5~9%로, 브라질은 4%에서 3.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일본 경제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고, 3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여전히 내수가 미약한 상황이다.
 
시나이는 "미국 주택가격과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 심리를 약화시킬 것이고, 은행권도 손실이 커지면서 대출을 제한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을 것"이라면서 "이런 모습들은 (20% 이상 지수가 조정되는)약세장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에단 해리스 리먼브러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이 우리를 이끌어줄 것으로 믿어왔다"면서 "그러나 이제 역풍에 직면하고 있고,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고 "더 이상 이들은 미국 증시의 엔진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최근 시스코도 분기 실적은 견조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치를 높이지 않으면서 금융 기관들로부터의 수요 감소를 걱정해 주가를 끌어내린 바 있다. 관련기사 ☞ `IT 바로미터` 시스코에도 서브프라임 파편이?

◇머니 매니저들 "美증시 비중 줄이자"

이에따라 수십억 달러씩을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나 연금펀드,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은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메인스테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리차드 로센 매니저는 최근 메릴린치와 웰스파고 비중을 줄였을 뿐 아니라 석유 관련주들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어블린은 미국 증시에서 빠져나와 석유와 구리 관련주에 투자하고 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직도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떨어질 때마다 다시 새로운 고점을 치면서 탄력성을 보여줬고, 저금리와 전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등은 증시에 힘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려가 커지는 속도가 빠르다.
 
뉴욕 라이프의 로젠은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손실 상각은 예상했던 것보다 커서 놀라웠다"면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5~7%로 늘렸다. 당초 현금 비중은 3~5%였다.
 
그는 "금융주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수요로 견인되고 있는 원자재주에 대한 투자도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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