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하루에도 수십통씩 쏟아지는 스팸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십중팔구는 대출을 권하는 광고이거나 상품을 소개하는 안내 메일이다.
이들이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 "000님의 신용도라면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합니다." 이들은 심지어 나의 신용도까지 알고 있다.
개인신용정보 제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인해 이같은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방안`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지금 보다 수월하게 크레딧뷰로(CB) 등에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금융기관이 별도의 고객 동의 없이 고객 신용정보를 이용해 자기회사 상품을 광고할 수 있다. 아울러 채권추심업체가 빚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연락처를 탐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이 고객 신용정보를 CB등에 제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고객 동의 방식을 다양화해줄 방침이다. 지금은 서면 또는 공인전자서명에 의한 동의만 인정하고 있지만, 금감위가 다양한 동의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객의 별도 동의없이 금융기관이 자사금융상품을 소개할 목적으로 고객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상품소개수단을 제한하는 등 소비자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금융회사가 일부 업무를 분사하는 경우 고객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분사한 회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소비자 및 시민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YMCA 시민중개실의 김희경 팀장은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에게 약관과 계약서 내용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금융기관과의 첫 거래때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채 신용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이 고객의 이중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사회문제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금융기관에서 분사한 회사는 별개의 금융회사인 만큼 기존 고객의 동의 없이 신용정보를 그대로 이관하는 것은 추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개인신용정보 제공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데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충실한 관리감독을 통해 신용정보 유출 등 우려되는 부작용을 미연에 차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금감원에서 개인신용정보 제공의 동의 절차를 강화해 고객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제공되는지 명기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 약관 조항의 활자를 크게 해 고객 인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