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edaily는 산업은행 런던지점 부지점장에서 대우증권 트레이딩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해근 상무의 칼럼을 12월15일부터 재연재합니다.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누구나 다 그렇듯 저도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는 정경을 그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저 간단한 가사만 읊조리는 캐롤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 `Die Hard II`인가의 마지막 장면에 브루스 윌리스(맥클라인)가 아내 브렌다에게 키스하며 끝나는 장면에서 눈이 펑펑 내리며 배경으로 들리는 노래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가 바로 그 노래입니다.
경쾌하지만 사실 가사내용은 그렇게 밝지 않은 우울한 크리스마스의 이별이 숨겨 있는 노래지만 `그저 눈이나 펑펑 내려라(let it snow!)`하고 흥얼거립니다. 잠깐 그 노래의 앞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Oh, the weather outside is frightful, (바깥날씨는 엄청 춥지만)
But the fire is so delightful, (벽난로 불은 참 기분좋군요.)
And since we"ve no place to go, (어차피 우리는 어디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It doesn"t show signs of stopping, (눈이 그칠 기미가 없네요.)
And I brought some corn for popping; (여기 불가에 튀길 팝콘을 좀 가져왔어요.)
The lights are turned way down low, (조명을 분위기있게 낮추고)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얼마전까지 끝모르게 추락할 것같던 달러화의 방향을 돌이켜 간신히 105엔, 1.35대에 걸쳐놓은 국제외환시장의 행보에 대해 시장은 말들이 무성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선의 여파에 더하여 금리정책에만 의존하던 미국 경제회복 시나리오가 약발(?)이 먹히지 않자 국제금융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외환시장에서의 진검승부를 가리자는 전략일 것이란 해석이 구구합니다. 물론 당장이야 지난 밤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한 일과성 호재가 최근의 달러회복 분위기를 이끈다는 소리들도 있습니다.
수없이 회자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미국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는데 위기가 숨어 있습니다. 더 이상 국제시장에서 미국이 경제경찰도 아니고, 이는 실제로 안보나 이념, 대테러전쟁에서까지 미국혼자 세계경찰의 역할을 담당하지 않을 것이란 정책으로 표면화하고 있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들이대던 국제안전보장비용의 분담(전비분담이라고 하던가...)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고, 그 와중에 미국말을 잘 듣지 않던 국가들에 대한(주로 유럽이지만...) 응징수단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궁리하던 중 나온 개념이 `국제무역불균형의 조정을 위한 역할분담이론`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 재정적자는 미국내 소비부진과 저축부진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그 근원은 대외무역적자의 심화로 인하여 발생한 수지를 메우기 위하여 부득이 미래의 저축을 끌어당겨 쓴 것으로 여타국가들이 (미국에만 수출을 안하고) 자국내 저축률을 줄이고 수요를 진작하였다면, 미국만 그렇게 무역수지적자가 눈덩어리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또한 이런 배경에는 그사이 달러환율이 너무 고평가되어 다른 나라들의 수입물가가 비싸고 이에 따라 국내수요가 부진하자 남아도는 생산설비를 가동하여 (미국으로) 수출함으로써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우선 급한 조정장치로 달러를 약세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균형상태의 환율로 돌아가기 위하여 고평가된 달러를 끌어내린다는 것이지요. 와중에 나타날 다른 나라들의 외환보유고의 변화는 달러표시자산에서 (가치하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종통화표시 자산으로의 전환이 불가피 할 것이며, 이는 미국내 달러표시 채권의 수익률상승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즉 금리상승이 예상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달러의 하락과 미국내 수요의 진작, 완만한 금리상승으로 인한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경제방향이란 시나리오들이 그럴싸하게 국제시장을 돌고 돕니다. 이러한 불균형의 시정을 위한 조치로 각국마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고 대미수출을 자국내 판매로 돌려) 자국 수요를 진작하고, 자국시장의 고용문제의 완화, 진입장벽철폐, 지속적인 기업구조조정, 금융시장의 개방가속화 등의 강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이라크전쟁을 포함하여) 전비분담에 대한 집요한 주문도 함께 행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일방주의의 선언이고 (미국)중심주의의 포고와도 같습니다. 자기는 잘못이 없고 이웃나라들에 대한 비난이 가득한 그런 (미국식의) 괜챦은 논리입니다. 물론 와중에 달러화에 살짝 편승하여 그럭저럭 이익을 챙겨가는 환율페그국가들이 있고, 그간 이라크전쟁의 본뜻을 일찌감치 읽고 속칭 석유전쟁에 편승했던 몇몇국가들의 성공담이 2004년을 풍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제시장의 불균형해소라는 화두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그럴싸한 안주거리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과 유럽경제가 그래도 미국보다는 탄탄하다는 주장을 해대며 달러매도에 집중하던 시장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 국가의 경제가 시원챦다는 이유로 환율을 흔들어 댑니다. 그 와중에 애당초 일본이나 유럽국가들과 비교대상이 못되었을 우리 원화까지도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뭔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IMF위기의 깊은 상처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도 문제겠지만 국제시장을 풍미하는 거시불균형이론보다는 우리나라 경제내부의 불균형현상에 대한 분석이론과 그 시정을 위한 정책적 실행이 시급해 보입니다.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불균형과, 청년경제와 장년경제와의 불균형, 도시와 시골간의 불균형 및 시장에만 매달려 있는 자와 시장을 저주하는 자들간의 불균형들을 아우를 균형조정정책이 그립습니다.
요즘의 처절한 국제금융시장의 환율전쟁을 보노라면 마치 윗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환경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저 우리는 따스한 난로가에 앉아 팝콘이나 튀겨먹고 바깥세상은 나몰라라하고, 이 좁은 구석에서 우리끼리 껴안고 살자하는 그런 안일한 분위기로 자꾸만 움츠러드는 것은 아닌지. 거친 세상을 덮어줄 함박눈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온 세상이 기뻐해야 할 성탄을 앞두고 혼자 흥얼거리며 상념에 젖어듭니다. (대우증권 트레이딩영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