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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물려준다면…M&A 시장 찾는 고령 오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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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5.10.19 21:12:14

[판 커지는 기업승계 M&A]①
업력 20~30년 제조기업 ‘승계형 매물’ 쏟아져
고령화·세제 부담 누적에 제3자 인수로 생존 전략 전환
안정적 현금흐름·거래망 가진 기업에 원매자 관심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박소영 기자]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인수자를 찾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20여 년간 제약 품질검사 기계를 납품해온 중소기업 A사 오너는 최근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제조업체지만, 자녀 승계가 무산되면서 제3자에게 회사를 넘기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중소기업 CEO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가 누적되면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가업승계’ 대신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기업승계형 M&A’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업력 20~30년의 전통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경영권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고령화와 승계 공백으로 ‘승계형 M&A’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업력은 길지만 꾸준한 수익 기반과 거래처를 보유한 기업이 많아, 매수자 입장에서는 신규 진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매물로 나오는 기업의 상당수는 전통 산업군으로, 성장성보다는 안정적 거래망과 영업 기반을 갖춘 ‘운영형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는 매수자 측의 투자 성향과도 맞물린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규 기술 확보나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보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즉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기업의 경우 업력이 20년을 넘고 거래처가 고정돼 있어, 신사업 진입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선 일종의 ‘운영 인프라 패키지’를 통째로 확보하는 셈”이라며 “최근에는 자산 효율화나 사업 확장 전략 차원에서 이런 매물을 찾는 중견기업·PEF의 관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설립된 이차전지 소재기업 이삭화유리사이클은 업력 20년의 폐기물 처리업체 오성아이케이를 약 60억원에 인수했다. 오성아이케이는 후계자 부재로 회사를 매물로 내놨고, 이삭화유리사이클은 인허가 취득과 거래망 구축에 수년이 걸릴 과정을 단숨에 건너뛰며 신사업 진입에 성공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기업승계형 M&A 잠재 수요를 21만건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지속되는 한, 향후 승계형 매물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력과 영업 기반을 갖춘 양질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소멸되는 부작용 역시 나타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M&A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중소기업 매각이 경영난이나 부실의 결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해졌다”며 “승계형 M&A는 자산가치와 영업망이 탄탄한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향후 관련 거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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