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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이철희의 작품 중에는 인간의 삶과 욕망, 죽음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내재한 작품이 여럿 있다. ‘삼매경’은 이철희가 그간 패러디의 형식으로 비틀며 보여준 삶과 죽음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불교적 관점으로 성찰한 작품이다.
‘동승’을 재창작한 방식도 특별하다. 대체로 재창작은 희곡의 구조를 해체해 배경과 시간, 극 중 인물을 작가적 관점으로 비틀어 원작을 손질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삼매경’은 1991년 ‘동승’에서 어린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이 육순(六旬)이 된 지금까지 도념의 상태에서 해탈하지 못한 채 34년을 살아온 내면의 자의식 세계를 담는다.
한 배우가 평생을 특정 작품의 인물을 떨쳐내지 못한 채 살았던 자의식 세계를 서사의 기본 골격으로 무대화한 것도 그렇지만, ‘삼매경’은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그 자체가 오히려 원작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는 마치 여전히 도념으로 살아가는 배우의 자아적 분열과 혼돈, 배우로서 성장이 멈춰버린 것 같은 정체성의 균열을 마주하는 지춘성 배우의 내면세계를 펼쳐놓은 것 같다. 34년 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배우에게 치부가 될 수 있는 자기 고백적 서사를 무대 위에 드러내려 한 작가적 발상과 도전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춘성은 무대에서 벌거벗겨진 채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인다. 그를 뒷받침하는 앙상블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삼매경’은 배우의 내면에 남은 상처와 집착, 욕망을 드러낸다. 도념(지춘성)은 과거의 자신인 어린 도념과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충돌하며, 배우로서 완전한 극 중 인물이 될 수 없었던 자기 고백을 선문답 하듯 풀어간다.
그리고 “내 삶을 평생 괴롭혔던 뱀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 고백한다. 배우의 존재와 연극의 허구적 세계는 이철희의 시선 속에서 불교적 윤회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극 후반 지춘성은 ‘동승’ 속 인물들의 대사를 마치 그 세계 속에서 멈춰 살아온 배우처럼 하나씩 독백하듯 쏟아낸다. 도념으로 분했던 과거의 자신이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다시 태어나도 나는 연극을 할 거야”라는 마지막 대사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는 배우 출신인 이철희만이 무대로 풀어낼 수 있는 ‘삼매경’이고, 지춘성은 보답하듯 ‘삼매경’의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도 연출 이철희의 신호에 자유자재로 무대를 활보하니, 작품이 삼매경이다.
김건표 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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