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아내 살해한 ‘가정폭력’ 남편… 범행 전 집 명의도 바꿨다

송혜수 기자I 2022.10.13 10:44:07

서산 동문동서 40대 아내 살해한 50대 남편
자녀 “엄마 억울함을 풀어달라” 청원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대낮 길거리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범행 전 아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들이 무효 소송을 하지 않으면 이는 남성의 것이 되는데,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편 A씨(가운데)가 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범행 당시 CCTV (사진=연합뉴스,JTBC)
13일 JTBC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서 가정폭력을 일삼던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40대 아내 B씨의 가게를 찾아가 흉기로 난동을 부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그 하루 전인 지난달 5일 A씨는 법원에 B씨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신청했다. 집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어 우선권을 가지려고 일종의 예약을 걸어둔 셈이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려고 해도 A씨가 막을 수 있고 집을 본인 앞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즉 자녀들이 무효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교도소에 가도 집은 A씨의 소유가 된다. 이는 인감증명서와 승낙서만 있으면 대신 신청할 수 있는데, 숨진 B씨의 지인들은 당시 A씨가 아내를 협박해 서명을 받아냈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들 역시 최근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아버지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며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아들은 “협박과 구타가 지속되어서 저희 엄마는 이혼을 결심했고 9월 5일 날은 엄마가 집을 팔아서 도망갈 것 같다는 이유로 엄마 소유의 집을 강제로 증여 신청했다”라고 적었다.

또 “저희 엄마는 2004년부터 (아빠의) 술과 도박 외도를 시작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라며 “제가 어렸을 때 폭행은 저희에게도 시작됐다. 추운 겨울에 옷을 다 벗기고 집에서 쫓아냈고 화분을 던지고 욕을 하며 폭행을 일삼았다. 집에 쌀이 떨어져도 관심도 없었다”라고 했다.

(사진=JTBC)
이에 아들은 “아빠가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으로 출소일이 정해질 경우, 보복이 두려워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라며 “엄마는 20년 동안 경제적인 활동 없이 지내 온 아빠로 인해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가 하늘에 별이 됐다. 그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엄마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 서산경찰서는 A씨에 대해 구속 만료 전인 13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6분께 서산 동문동의 한 거리에서 아내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B씨는 생전 “가정폭력을 당했다”라며 지난달 1일부터 총 6차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1일 두 사람을 분리 조치했지만 A씨는 B씨를 또 찾아갔다. 결국 경찰은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고 법원은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렸으나 소용없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폐쇄회로(CC)TV 장면 등 증거가 명확한 범행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목격자와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범행을 부인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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