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어도 안 무섭다" 조폭 유튜버 등장…시청자는 '후원'까지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조직폭력배 출신 남성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이 조직폭력배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방송인 A(35)씨는 지난 5월부터 일상 소재를 주된 콘텐츠로 내세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다수 게재했다.

그는 올해 6월 부산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기소돼 복역하다 최근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올린 콘텐츠 중 눈에 띄는 제목은 ‘왕이 돌아왔다, 다들 준비해라’, ‘칼 들어도 안 무섭다’, ‘죄를 지었으니 가야지’, ‘감방에서 방장 되는 법’, ‘교도소 어떠냐고?’, ‘싸움 알려준다’ 등으로, 조폭 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영상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조폭 출신’ 유튜버 A씨.(사진=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일부 영상에서 A씨는 거친 욕설을 뱉거나 흡연을 하기도 하고, 또 “땅바닥도 찍어보고 해야지. 이런 게 인생이다. 조폭으로 지내온 인생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A씨는 과거의 범행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면서 조폭 생활을 미화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A씨의 영상들은 평균 조회 수 10만 회가 넘으며, 현재 구독자 또한 8만 명에 육박한다.

시청자들은 “기다렸습니다. 형님”, “주먹 쓰지 마시고 조심히 다녀오십시요”, “이번에 학교 다녀오면 사고는 치지 마십시다”, “지구 용사”, “부산 길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고, 실시간 방송에선 직접 돈을 후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외에도 현재 조직폭력배로 활동하고 있다는 B씨 또한 올해 초 한 인터넷 방송에서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선배 얼굴을 때려 퇴학당했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조폭) 생활’ 할 생각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다”며 본인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조직원들이 장례식장에서 도열힌 모습.(사진=경찰청)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최근 전국에서 조직폭력 범죄를 대상으로 100일간 특별 단속을 벌여 1630명을 검거하고, 대검찰청 또한 마약·조직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조직폭력배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폭 출신 유튜버’가 하나의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여겨지면서, 유튜브 채널의 주된 시청자인 청소년들이 범죄 행위를 가볍게 여기거나 조폭을 동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제재할 수는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상에 나온 유튜버의 폭력행위에 대해선 고발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는 서비스를 제지하는 것에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방송 송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