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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이데일리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중국행 여객기를 탑승하는 승객들을 확인한 결과 중국인 승객이 KF94 마스크 수백장 이상이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입국 절차를 밟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승객은 한국에서 도매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한 뒤 중국으로 가져다 판매하려는 이른바 ‘보따리상’이었다. 이 보따리상에게 접근한 취재진이 ‘지금 상자에 있는 것이 마스크면 구매를 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그는 중국 현지 사업자가 통화를 마친 후 “중국인 사장이 그 상품은 중국에 팔기 위해 가져오는 것이니 한국인에게 팔지 말라고 했다”며 거절 의사를 표했다.
또한 이날은 이미 관세청에서 유통업자 등 개인이 300장 넘는 마스크를 갖고 출국할 수 없도록 조치된 이후였지만 그가 지닌 마스크는 제한 수량을 훌쩍 넘은 듯했다. 이들은 이미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중국으로 함께 마스크를 옮겨 줄 운반책을 찾은 상황이었다.
실제 중국 현지 사장과 보따리상의 메신저를 보니 ‘사람들 여권이랑 비행기표를 다 확인해라. 베이징으로 가려는 사람이면 더 좋다’ 등 대화가 오갔다. 대화를 건넨 기자에게도 혹시 베이징으로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예전보다 한국 마스크 가격이 올라갔다며 중국에서 25위안(약 4300원)에 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마스크·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 조치’ 고시를 통해 마스크의 해외 유출을 막는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이 편법을 이용해 마스크를 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A(27)씨는 “아는 중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마스크를 떼 중국에 팔고 있다”며 “출처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따로 연락하는 사장이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커뮤니티에서도 한국 마스크를 공수했다며 판매하겠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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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인들이 계속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가고 있는 상황은 국내 일반 시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우체국과 농협·약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수백만장의 마스크를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민들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인 탓이다.
이번 주말 마스크 구매가 가능한 지역은 대구·경북의 경우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고, 서울·인천·경기 지역은 약국 및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주민들은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증하듯 서울 행복한 백화점 앞은 벌써 며칠째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1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고양시에서 첫차를 타고 왔다는 박소현(23)씨는 “어제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몇 군데를 다녔지만 마스크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 여기까지 사러 왔다”고 토로했다.
부천에서 행복한백화점을 찾은 안정례(60)씨는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된다고 사람 많은데 가지 말라고 했는데, 이 곳밖에 살 곳이 없으니 사람이 많아도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딸이 부천에서 건대까지 출퇴근하는데 쓰고 나갈 마스크가 없어 부랴부랴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