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에도 금리 인하 없다는 한은총재 정부엔 "적극 나서라"

김정현 기자I 2019.05.01 14:10:3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기자단 오찬 간담회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은 이례적 요인..호전될 것”
“물가전망과 금융안정 감안..기준금리 인하 고려 안해”
“최근 환율 급등했지만..외환건전성 지표 상당히 안정적”

제22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풀만(Pullman)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피지 난디=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1분기 역성장 ‘쇼크’에도 불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분기 이례적인 요인 때문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나오긴 했지만, 2분기부터는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등도 외환시장 펀더멘털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고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국내 경기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과도하게 반도체에 의존해온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산업 다양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 촉진책 마련을 주문했다.

◇“2분기부터 좋아질 것..반도체 하반기 회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참석차 피지 난디를 찾아 한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0.3%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뒤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빠르게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통화정책을 동원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경기가 2분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낙관론을 앞세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는 글로벌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경기의)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부진했던 수출·투자도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물론 최근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을 밑도는 등 우려도 있고 한두 개 지표로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고 중국 당국의 경기개선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게 미·중 무역협상인 만큼 5~6월쯤 협상이 타결되는지 봐야겠지만, 중국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경기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또 ”최근 경제심리지수가 나아졌다는 것은 내막이 어떻든 간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으로 7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상회했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비관론자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환율 5일새 27원 급등했지만..“펀더멘털 이상無”

아울러 이 총재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도 확대해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최근 5거래일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41.80원에서 1168.20원으로 26.4원 급등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들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송금이 있었다. 또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여파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더해져서 최근 며칠 사이 큰 폭 올랐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화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건전성 지표가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대단히 크다”며 “과거 1~2년간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게 사실이지만 특정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외변화의 취약성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통적 주력산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체질개선 노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닌지 생각한다”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2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풀만(Pullman)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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