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일괄타결’ vs ‘협상중단’ 북미 강대강으로 대치…대화 틀은 유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장영은 기자I 2019.03.17 16:51:47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美 일괄타결식 '빅딜' 발언에 北 "협상중단 고려"로 맞서
김정은 위원장 중대결심 거론하며 美측에 입장변화 촉구
당분간 공식 협상은 힘들 듯…정보라인 통한 '물밑접촉' 재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협상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에 들어갔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입장차’를 명확히 한 양측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美 ‘토털 솔루션’ 요구에 北 ‘협상중단’ 응수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미국이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앞세워 2차 북미정상 회담 이후 북한에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가지고 협상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내에서 소위 ‘빅딜’(big deal)로 표현됐던 포괄적인 비핵화 방안과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주고받자는 이야기다. 미 국무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북측에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협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전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하던 북한이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서였다. 최 부상은 평양 주재 외교관 대상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이 정치적 계산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타협이나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북한의 행동계획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당초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쇄를 최대치의 카드로 놓고 미국으로부터 이에 걸맞는 상응조치를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 북한은 기존 입장에서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최소한 ‘영변+α’ 내지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주장하고 나온 미국과는 강대강 구도로 대치하는 모양새다. 양측이 모두 후속 협상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벌며 다음 협상판에서 주도권을 잡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만간 물밑접촉 재개…트럼프-김정은 관계·비핵화 의지 강조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북·미간 대치가 판을 깨기 위한 방향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볼턴 보좌관이나 최선희 부상이 내놓는 발언의 수위나 단어를 봐도 과거 북·미 관계 냉각기에 비하면 상당히 완곡한 수준이다. 특히 ‘좋은 관계’, ‘케미스트리’ 등의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궁합’을 강조하고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의지 자체를 번복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북·미가 조만간 다시 ‘협상의 조건’을 맞추기 위한 물밑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은 미국에 대답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측도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분위기”라며 “북한의 의도도 그렇고 미국측도 대화의 판이 깨지는 국면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양측의 입장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 만큼 당분간 표면적으로는 냉각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정보라인을 통한 물밑 협상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고, 북·비간 협상이 공식화 되는 것은 6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지금 어떤식으로든 협상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북한이 이렇게 나오면 북한만 손해를 봤지만 지금은 미국, 즉 트럼프 정부도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결렬시키고 최대 압박 전략으로 갈 경우 최악의 경우 북핵 리스크가 높아지면 트럼프 정부에도 타격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미국의 경우 이번주 뮬러 특검 보고서도 나오고 해서 당장은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거다. 당분간은 물밑에서 움직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본격적으로 협상을 타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15일 미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챙길 수 있는 ‘당근’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이 비핵화로 나간다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북제재 강화뿐 아니라 남북경협 차원을 뛰어넘는 국제경제지원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희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묘를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