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잿빛 전망'을 경계한다

조철현 기자I 2017.01.08 14:05:23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되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올해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조금 가까운 사이라면 한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대권을 잡을까? 문(문재인)이냐, 반(반기문)이냐?”

대권 전망이냐 호사가들의 영역이고, 또 올 봄쯤으로 예상되는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두 달 안에는 상황이 판가름 날 것이다. 대선 얘기는 그렇다 치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집값 전망이다.

주택시장은 계속 침체할 것인지,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인지. 새해를 맞아 주택시장 전망을 묻는 것이지만 정작 질문의 밑바닥에는 올해 집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짙게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장기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 곳곳에 악재투성이고 암울한 전망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잿빛 전망의 근거로 정부 규제와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 주택 공급 과잉(입주 물량 급증)을 꼽는다. 이른바 ‘3대 악재’다.

과연 그럴까. 금리 상승 가능성부터 따져보자. 금리는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수요자들이 집을 살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대출 이자 비용인데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상황인데다 미 금리 상승이 곧바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동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정책 기조도 투자 심리와 맞물린 주요 사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규제에서 완화 쪽으로 다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시장 침체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맞춤형’ 부양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 과열 규제에 나선 정부가 이제는 주택 거래 위축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도 풀고 금융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과잉 여부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7만채다. 1999년(36만 9541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41만 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적정 입주 물량 규모를 연간 27만채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적정 수준보다 많다는 것은 데이터 상으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공급 과잉 여부는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적정하게 공급되지 못한 물량이 지난 2년간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전셋값 상승 등으로 인한 주택 수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와 내년 예상되는 입주 물량 증가분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졌던 주택 공급 부족분을 겨우 상쇄시키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공급보다 멸실주택이 더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멸실 가구는 2만 600채, 공급은 1만 1200채로 9400채나 수급이 부족했다. 올해 역시 6200채가 모자랄 판이다. 내년에는 무려 2만 2000채가 부족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을 낙관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비관론을 부풀릴 게 아니라 시장이 급랭하지 않도록 불안감을 잠재우고 위축된 매수 심리를 되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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