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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꽃 꽉 잡은 게, 장원급제 염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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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I 2012.02.29 11:43:17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화훼영모·사군자 등에
풍성한 얘깃거리
옛 선비 정취에 흠뻑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8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 단원 김홍도 `해탐노화`. 과거 급제의 축원을 담은 게와 갈대 그림이다. 절묘한 착상, 감각적인 기교, 알찬 내용이 어우러진, 화훼영모화 중 걸작으로 꼽힌다(사진=다섯수레).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참게 두 마리가 다투고 있다. 서로 엉키듯 움켜쥐고 있는 것은 갈대꽃이다. 본래 게는 육식성이라 했다. 소소한 갈대꽃을 두고 야단을 벌일 일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의 이러한 행태에는 분명 사연이 있을 것이다.

등에 딱딱한 껍질을 쓰고 있는 게를 한자로는 `갑(甲)`이라 했다. 이는 선비가 염원하는 `갑`자와 다르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 등급이다. 갑과, 을과, 병과 중 1등 장원이 바로 갑과였다. 결국 게를 그린 그림은 갑과로 합격하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게와 갈대는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린 `해탐노화(蟹貪蘆花)`다. 누군가의 과거 급제를 바라는 마음을 먹 하나의 농담으로 호방하고 활달하게 그려냈다. 곁에 붙인 거침없는 행서도 의미가 단순치 않다. 당나라 시인 두목이 읊은 게에 대한 시 한 구절에서 따왔다.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海龍王處也橫行)”다. 임금 앞이라고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는 사람이 되란 뜻이다.

간송미술관에서 상임 연구위원으로 있는 백인산이 우리 옛 그림을 다시 살핀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120쪽, 다섯수레)를 냈다.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을 그린 `화훼영모(花卉翎毛)`화 22점과 매난국죽의 `사군자(四君子)`화 30점을 뽑아 눈높이를 대폭 낮춘 설명을 달았다. 한점 한점을 마치 도록처럼 게재하고 그림들이 품고 있는 선비의 내면과 성정, 배경과 뒷이야기까지 풍성히 풀어놓는다.

“형식이나 양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 안에 담긴 화가의 마음과 정서를 읽어내는 것이 한 수 높은 안목.” 굽이굽이 그림 세워둔 길목 끝엔 도움말 한 토막 차분히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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