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분양가상한제요? 요즘 같아선 있는 게 더 낫습니다. 팔리지도 않는데, 괜히 고분양가라는 오해만 받을 수 있으니..."
인천 송도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경제자유구역과 관광특구 지역에서 일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건설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분양가를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아예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공공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인천 송도지구 포스코건설(1654가구), 청라지구 반도건설(890가구), 영종지구 KCC건설(738가구) 우미건설(1290가구) 등은 모두 상반기 예정 물량을 하반기로 미뤄놓은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봄철에 이렇게 분양 물량이 안 나오는 건 처음 본다"면서 "분양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공사비만 나가게 돼 눈치만 살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한제 적용 이전에 분양한 단지의 분양권 가격이 최근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있는 점만 봐도 분양가 상향은 요원하다. 지방에서는 3.3㎡당 400만원대 분양가도 출현했다.
대구에서 영조주택이 미분양 물량을 109㎡형 기준으로 3.3㎡당 488만원에 내놨는데, 이는 2007년 분양 당시보다 12% 가량 저렴한 특별할인 조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신규 분양보다 미분양 물량 해소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인천 송도, 영종,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최근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며 판촉전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처럼 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운데도 건설업계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자율적인 가격 책정이라는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르고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씌워놓은 모자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그 모자도 필요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어쨌든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