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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향방은..아부다비와의 갈등 `우려`

김윤경 기자I 2009.11.30 11:13:29

U.A.E. 중앙銀 유동성 지원..우려 씻지는 못해
추가 지원 필수..아부다비 "선별적 지원" 입장에 `우려`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그동안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을 지어 올리고 `금융허브` 목소리를 높여 왔던 두바이의 자존심은 이번에 불거진 디폴트 위기로 무너졌다. 외부 차입에 의존해 모래 위에 세웠던 꿈과 야망은 부서졌고, 자체적인 회복력이 없기에 다시 `외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7개 토후국 가운데 맏형 격인 아부다비에 목을 메고 있지만, 아부다비는 무조건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두고 있다.

U.A.E. 중앙은행이 29일(현지시간) 자국 및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밝렸지만, 아부다비의 추가 지원 가능성, 그리고 이와 맞물린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 계획 등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UAE 중앙銀, 유동성 지원 나서.. 사태 막기엔 `불충분`

U.A.E. 중앙은행은 두바이월드 디폴트 가능성에 따라 손실에 직면한 은행권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특별 유동성 창구를 마련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지원은 지난 주 불거진 두바이 쇼크 이후 첫 지원이며, 축제 연휴를 맞아 휴장했던 두바이 금융 시장이 개장하기 전 서둘러 나온 조치다.


은행들은 아부다비의 3개월짜리 기준금리(EIBOR; 11월25일 현재 1.919%)에 50 베이시스포인트를 가산한 금리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U.A.E.엔 24개 지역 은행과 씨티그룹, HSBC 등 28개 외국 은행 지점이 있다.

방크 사우디 프란시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유동성 창구는 정부가 채권자들이 가질 수 있는 U.A.E. 은행 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에 (규모가)개방돼 있다"며 두바이 소재 은행들의 리스크를 제한하고 외국 은행들의 유동성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추가 지원 필수"
 
그렇지만 U.A.E.의 이번 조치가 두바이를 특별히 지목하지 않은데다 이번 조치만으론 두바이 사태를 다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도 함께 대두되고 있는게 사실. 시장에선 추가 지원이 필수적이며, 두바이월드 자체의 신속한 구조조정안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두바이의 채무가 1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부실 대출이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나크힐은 내달 14일까지 약 35억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에 직면할 예정.

이집트 투자사 EFG-헤르메스의 라즈 마드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자본을 보호하고 익스포저를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며 "두바이월드 채무 때문에 관련 은행들의 자본 상황이 악화되고 이에따라 잠재적인 손실 가능성 때문에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크 사우디 프란시의 스파키아나키스 이코노미스트는 "연방 정부가 개입하고 얼마나 많이 지원하느냐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U.A.E.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U.A.E. 은행 산업 규모는 1조5400억 디르함(4180억달러) 규모로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이 소속된 6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크다.
 
◇ 아부다비 `선별적 지원` 신경전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악 막툼 두바이 통치자는 두바이월드 채무 상환 유예 사실을 공표하기 며칠 전 외부 차입을 통해 두바이의 확장 정책을 전개해 온 핵심 참모 3명을 강등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허브로서의 두바이의 상징이 되어 온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책임자 오마르 빈도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을 뿐이다.

문제는 지원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아부다비의 입장이다. 아부다비는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고 선별적인 지원만 하겠다고 밝혀두고 있다. 아직 나크힐 채권 디폴트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아부다비는 이미 두바이에 지난 2월 100억달러를 지원했고, 지난 25일엔 두 개 아부다비 은행이 두바이가 발행한 50억달러 채권을 인수했다. 그동안 두바이와 서로 금융허브 위상을 두고 경쟁해 왔던 아부다비는 이번 사태를 호기로 삼아 두바이의 우량 자산을 매입하거나 두바이에서 벌어졌던 금융 활동 등도 유치하려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부다비 정부는 과거에도 금융 지원에 대한 대가로 두바이 정부 소유의 에미레이트항공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수와섬(Sowwah Island)에 새 금융 센터를 짓고 있는 중이다. 여기엔 아부다비 증권거래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두바이 역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기엔 그간의 노력이 너무 컸다. 두바이월드는 자산을 혹 헐값에 매각해야 할까 우려하며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관련기사 ☞ 두바이월드 "자산 헐값 매각은 안돼"
 
걸프 리서치 센터의 에카트 워츠 이코노미스트는 "두바이는 핵심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만 할 것"이라면서 "금융 허브로서의 타이틀에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바이가 세계 최대 인공항구인 제벨 알리나 DP월드 등의 사업에 초점을 다시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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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중앙銀, 두바이 은행 유동성 지원

두바이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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