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대책도 10년주기로 똑같다

윤진섭 기자I 2004.06.10 11:20:44

90년대초 가격 폭등 전후 대책 쏟아져, 집값 폭락
집값 롤러코스트 경제 악영향, 안정 위한 주택금융 활성화 필요

[edaily 윤진섭기자] 아파트 가격 폭등과 이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80년대 초반과 90년대 초반의 국내 주택시장의 모습과 `닮은꼴`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유력한 가설로 자리 잡은 `10년 주기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면서 정부의 대책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때 다시 완화될 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말(1차 파동)과 80년대말~90년대초(2차 파동)등 10년 단위로 국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88년과 91년까지 4년간 가격 폭등 후 신규 아파트 분양가 동결 등 강도 높은 투기 대책 등은 2001년부터 2004년 현재까지 만 4년간 가격 폭등 후 각종 규제를 내놓는 최근의 주택 시장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88년~91년 4년간 전국 아파트가격 160% 폭등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88년 4월부터 91년 4월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평균 160% 올랐고 서울 강남지역은 206% 상승하는 등 사상 유례 없는 가격상승률을 보였다. 3저 호황 등으로 사상최고의 무역수지 흑자 폭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동결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전국 주택 값은 87년 하반기 7.3%, 88년 상반기는 87년 하반기에 비해 12.4%가 오른 19.7%를 나타냈다. 이런 가격 상승세가 89년까지 이어지자 당시 6공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89년 3월에 채권입찰제를 직할시로 확대하고 채권 상한액 제도를 도입했다. 또 89년 4월엔 5개 신도시 발표와 그해 하반기엔 분양가 원가 연동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집값은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되고 청약경쟁이 평균 40~60대1로 치열한 경쟁률을 낳으면서 집값은 또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새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보다 더 낮게 책정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대거 몰린 것이다. 채권입찰가격을 포함한 새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그에 따라 기존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 94년과 2004년 닮은꼴 집값 변동과 정부의 대책 88년~91년 아파트 값 폭등 뒤 10년이 흐른 2001년~2003년 말까지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올라 10년 주기설 이론이 재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 기간동안 서울 집값은 79.38%가 올랐고, 강남구 가격은 118%가 뛰었다. 이렇게 급등하면서 최근 쏟아져 나온 대책도 90년대 초반으로 회귀했다고 할 정도로 유사하다. 90년대 초반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 5대신도시 발표 ▲ 채권입찰제 ▲ 분양가 원가 연동제 ▲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실시 ▲ 토지 공개념 발표 ▲ 청약배수제 도입 ▲ 1세대 2주택 1순위 제외 ▲ 수도권 전 지역에서 전매금지 기간 2년 강화 등이다. 2004년 현재 과거 집값 안정대책 중 위헌논란을 빚었던 토지 공개념과 청약배수제도만 제외하고 현재 운용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신도시 분양 전후 청약과열 변수, 이후 집값 하락 88년과 91년의 집값 폭등 과정을 살펴보면 5대 신도시 분양이 각종 대책으로 주춤했던 당시 집값을 재반등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리서치 실장은“과거 90년 초반 신도시 공급은 집값 안정의 일환으로 발표됐지만, 결과적으로 청약 과열을 낳으면서 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향후 원가연동제를 통해 공급이 예정된 판교와 김포, 파주 등 신도시 분양에서 정부의 역할이 향후 집값 안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파동 뒤 집값이 폭락 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파트 값은 91년 상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91년 10월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91년 5월 700만7000원하던 서울 지역 평당 매매가가 92년 2월 547만7000원으로 하락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박사는 “정부가 주택시장 위축과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집값이 롤러코스트를 탈 경우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져, 건설업체나 주택수요자 모두 불확실성이 휩싸일 경우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또 권 박사는 “주택 경기 사이클을 예측함과 동시에 주택 정책의 근본 목표를 재 설정해 중장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주택가격 완충을 위한 모기지론 활성화 등 부동산금융시장의 확대 등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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