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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FX칼럼)추락하는 달러에 날개는 없다?

이진우 기자I 2002.04.29 12:44:15
[이진우 칼럼니스트] 4월 둘째 주간의 20원 급락(1332원에서 1312원까지), 그리고 4월 셋째 주간의 16원 속락(1312원에서 1296원까지), 그리고 월요일 오전 장에서의 1290원 붕괴… 가히 추락하는 달러에는 날개가 없다고 할 만 합니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너무 싸 보이던 1달러 당 1310원 정도의 환율이 이제는 너무 높아 보이는군요. 갑자기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살아 남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업체는 업체대로 개인들은 개인들대로 환율에 관하여 마음 속에 그리고 있던 큰 그림들에 결정적인 수정을 가할 때는 아닌지 점검해 볼 때입니다. ◇이번에도 확인된 시장의 속성들 첫째, 오랜 정체 이후에 형성되는 추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이 부분은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간다. 시장이 정체상태를 한 동안 이어간다는 것은 그 레벨에서 매수세와 매도세간의 공방이 치열함을 의미한다. 이리 보면 (환율뿐 아니라 주가나 금리까지) 올라야 할 것 같고 저리보면 내려야 할 것 같아 각자의 위치와 그에 따른 판단에 따라 팽팽하게 매수와 매도가 힘겨루기를 펼치다 주변 재료와 변수가 한 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그 반대편은 급격하게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환율의 경우 달러/엔의 상승세와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3월 결산기를 전후한 배당금 송금수요 등이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다가 그 모든 요인들이 사라지거나 반대로 방향을 잡았을 때, 좀 더 높은 레벨을 기다리던 물량들은 급히 시장으로 뛰어 나오고 매수세력들은 손절매를 단행하게 되며 투기적 세력들은 거칠게 숏플레이에 돌입하게 된다. 거기에다 항상 있기 마련인 “미련을 못 버리는 세력들”로 인해 그 추세의 강도는 더욱 강화되기 일쑤다.(이번 장의 경우 이전의 박스권 개념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한 세력들의 거저 싸다는 느낌으로 사 보는 매수세가 지속적인 손절매도로 이어져 왔다). 둘째, 이번에도 이른바 전문가들의 예상은 멋지게(?) 틀렸다.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엔에 대한 전망의 경우, 대다수 기관들이 예상한 “3월말 결산 이후 일본 투자가들의 해외채권 투자재개로 달러는 엔화대비 강세를 재현할 것이다.”는 전망은 한 마디로 “헛소리”가 되어버렸다. 필자 또한 부끄럽게도 그 부류에 속하지만 달러/원 환율의 1310원 하향돌파 이후에 금년 들어 강력한 박스권으로 작용해 온 1305 ~ 1335원이라는 레인지와 1300원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에 대한 지나친 의식으로 단기급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을 자꾸 기대하다가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환율에 당황하는 세력들이 많았다. 주식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가관이다. 일간지와 경제신문마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을 가네, 70~80만원까지는 충분하네 하는 날부터 정확하게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고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지면서 종합주가지수 850의 지지여부도 불투명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눈치로 시장에서 살아 남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아주 유용한 투자지표로 활용되어 온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긴 하다. 셋째, 한국의 고위 관료들은 입맞추기를 아주 싫어한다. 최근 얼마 전 달러/원 시장같이 극심한 정체현상에 시달리는 채권시장의 경우 금리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 총재와 재경부나 산업자원부 장관 등 행정부처의 최고 책임자들 간의 발언이 서로 엇갈리면서 시장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금리를 올려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핫 이슈에 대하여 모두가 직설적이고 화끈한 발언을 아끼지 않음으로 인해서 장 중 포지션 운용에 혼선을 더하고 있다. 달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목요일 마침내(?) 재경부에서는 “단기간의 급격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아주 귀에 익은 구두개입이 단행되었으나 시장은 그러한 구두개입을 방향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나 속도가 문제다 라는 정도로 인식하며 이왕 시작한 달러매도 공세를 늦출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금요일 산업자원부 장관의 “최근 환율하락이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발언은 재경부의 구두개입에 기대 매수에 나섰던 세력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발언에 대해 재경부는 한 시간 후에 “발언이 시장에 왜곡전달 되었다.”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시장은 이 혼돈의 와중에도 그러한 “발언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달러, 왜 이렇게 망가지나?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엷어지면서 미국 증시, 미국 달러, 미국 금리가 모두 내리는 “미국판 3低 현상”이 급격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에 산재한 투자가들의 미국 자산에 대한 포지션 조정이 아주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인데, 특히 달러의 최근 폭락세를 보고 있노라면 또 다시 “원죄”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작년 달러화의 강세는 미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미국의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리고 9.11 테러 이후의 급격한 증시 반등세 하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기가 그나마 일본이나 유로 존보다 낫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고(그래서 달러는 당연히 강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통화인 줄 알았었고), 특히 달러/엔 환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 양국간의 무역수지 따위 등을 따지거나 차트상의 기술적 반락 가능성 등을 살피는 세력들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엔화약세를 부추기는 구두개입에 나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우기기”가 너무나 큰 장벽이었다. 지금 일본과 미국의 외환담당 고위직들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 같으면 “도저히 참고 볼 수 없는 레벨”인 127엔대의 달러/엔 환율에 대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한다.”거나 “미국은 여전히 강한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라는 식의 훈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4/4분기의 1.7% 성장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된 수치인 미국 1/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5.8% 성장이라는 뉴스에 대해 다우존스 지수 1만 붕괴, 나스닥 지수 1700 붕괴로 반응한 뉴욕 증시 또한 주목 대상이다. 성장률 자체는 분명 놀라운 수치상의 개선이지만 기업의 재고조정과 정부지출의 확대(특히 전쟁이란 치사한 방법을 동원한 군수산업 부분의 확장)에 힘입은 점을 시장은 간파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증가율이 3.5%로 나타나면서 지난 4분기의 6.1%보다 둔화되는 모습,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의 악화(3월말 95.7에서 93.0으로 하락), 그리고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 등에서 미국 경기의 확실한 회복세에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은 다소 흥분상태에 돌입했다. 1,330원대에서의 공방전에서 큰 방향이 위가 아닌 아래임이 확인되었고, 갈수록 꼬리를 내리는 달러를 “들고 있으면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인양 여기며 서로 못 팔아서 안달이다. 불과 얼마 전 1310원 근처만 오면 달러를 사겠다던 세력은 자취를 감추었고, 조금 더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보유 달러를 처분하겠다던 세력들은 기다릴 여유를 가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형국이다.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라면 1280원이 멀지 않고 전저점인 11월 하순의 1262원인들 못 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 지난 번 1280원에서부터 1334원까지 환율이 치솟을 때 너무 쉽게 간 후유증이기도 하다. 4월 29일(월요일) 오전장까지의 환율 추이를 나타내는 일봉 차트를 게재한다. 1280원 상향돌파의 충격이 컸듯이 이번 하락 장세의 파워 또한 대단하다. 아직 바닥을 논하기엔 일러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만 마음에 두자. 지난 번 처음으로 1334원을 찍고 이루어진 급격한 조정장세… 시장은 갈 곳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한 번 만에 가지는 못하고, 또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던 레벨이 있는 반면 한 차례 정도는 “사망은 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레벨도 있다. 궁금한 점은 1300원이란 레벨이 이미 금년 중에 다시 보기 힘든 레벨이 되어버렸는가 하는 점… 요즘 잘 맞지도 않는 사람의 어설픈 단정보다는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따른 거래가 훨씬 나을 듯 하여 오늘 칼럼은 이 정도에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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