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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해서 집샀더니 고금리에 실직까지…채무조정 기준은 '6억'에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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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6.07.22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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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고정 끝나 혼합형 주담대 재산정 본격화
금리 0.25%p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 1.8조원↑
원리금 못 버틴 차주 늘며 서울 임의경매도 증가
낡은 ‘6억원 지원 기준’ 현실화 놓고 의견 엇갈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얼마 전 30대 후반 직장인이 대출 상담을 받으러 찾아왔어요. 2020년에 수도권 아파트를 사면서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썼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고 소득까지 줄면서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거예요. 집을 팔아 대출을 정리하려고 시세보다 낮게 내놨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했고, 매각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대출까지 연체될 상황이라 채무조정 방법을 문의했습니다.” A은행 상담사

집값 올라도 통장은 ‘휘청’…신형 하우스푸어 확산

A시중은행 채무 상담사는 최근 2030세대의 채무조정 신청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집값이 올랐어도 쉽게 집이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 감소, 투자 손실 등으로 현금 흐름이 막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에는 집값이 대출액 아래로 떨어진 차주를 주로 하우스푸어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고금리와 소득 감소로 현금흐름이 막힌 ‘신형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 집값이 대출 잔액보다 높더라도 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대출금리가 오르면 매달 돌아오는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2020~2021년 대출받은 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 재산정 시기가 돌아오면서 소득 충격을 겪은 차주부터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1억원 올랐다고 그 돈이 차주의 통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대출금리가 오르고 소득이 줄면 보유자산 가치와 관계없이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 1주택자는 집을 팔면 다시 거주할 곳을 마련해야 해 집값이 올랐다고 곧바로 처분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추가 부담은 수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주담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도 연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늘어난다. 금리 상승 폭이 0.50%포인트면 추가 부담은 3조7000억원, 0.75%포인트면 5조5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취약차주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나 상품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의 1인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1억3520만원에 달했다. 추가 대출이나 대환 여력이 부족한 이들은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가 겹치면 연체와 채무조정에 내몰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담보대출 부실 흐름을 보여주는 임의경매 매각도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임의경매 매각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16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82건보다 3.2%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차주의 부동산을 금융회사가 담보권 실행을 통해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임의경매에서 낙찰된 뒤 실제 소유권 이전까지 마친 담보 부동산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제도가 흡수할 수 있는 주담대 부실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하우스푸어 주담대 채무조정 대상은 주담대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차주 가운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시세 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실거주 1주택자다. 여기에 캠코와 협약을 맺은 금융회사의 채권이어야 해 전체 주담대 연체차주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이 장기간 오르면서 시세 6억원이라는 기준이 지원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가주택이나 투자 목적의 주택을 배제한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도 6억원을 넘는 실거주 주택이 늘면서 소득과 유동자산이 부족한 차주까지 일률적으로 제외될 수 있다. 동일한 가격 기준을 전국에 적용하면 지역별 주택가격 격차도 반영하기 어렵다.

낡은 ‘6억원 기준’…현실화냐 도덕적 해이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시세 6억원은 현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이라며 “실수요자가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주택가격 기준을 어느 정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을 바꾸는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이 사업은 캠코와 금융회사 간 자율협약을 토대로 운영된다. 대상 주택가격 등 지원 요건을 변경하려면 참여 금융회사들과 협약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만큼 신속한 제도 개편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우스푸어의 성격과 주택가격은 달라졌지만 지원체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원 대상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시세 6억원을 넘는 주택 보유자까지 지원 대상을 일률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상환이 어렵다면 주택을 매각해 채무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고, 지원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무리한 주택 구입에 따른 부담을 사회가 떠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다만 무리한 차입과 예기치 못한 소득 충격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상품 선택과 차입에 대한 책임은 차주에게 있지만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상환 능력이 갑자기 훼손된 경우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제2금융권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차주에게는 원금 감면이 아닌 이자 조정을 통해 재기를 돕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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