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 체계는 촘촘했다. 금융감독관리위원회(FSC)를 중심으로 거래소(TWSE)와 장외시장(TPEx), 관련 기관이 역할을 분담해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실행력을 쌓았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감사·보수위원회 등 위원회 체계 도입, 전자투표 확대, 특수관계인 거래 절차·공시 강화가 한 묶음으로 추진됐다.
법·제도 정비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대만은 2005년 상법 개정으로 주주제안제도와 서면·전자 표결 근거를 마련했고, 2006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 기능 강화 장치를 도입했다. 한국이 최근 상법 개정으로 주주권 강화 근거를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제도 기반을 20년 가까이 앞서 구축해온 셈이다.
대만 모델의 ‘무기’로는 기업지배구조 평가제도가 꼽힌다. TWSE와 TPEx는 2014년부터 매년 상장사 전반을 평가해 상위 5%부터 하위 20%까지 구간별 순위를 공개한다. 기업들엔 등급이 곧 평판으로 작동하고, 투자자에겐 비교 가능한 기준이 생기는 구조다. 업계에선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보상받는 판’을 제도적으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가제도는 표창에 그치지 않고 기업 행동을 바꾸는 신호로 작동했다. 평가 결과가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판단과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하위 구간을 피하려는 압력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전자투표·영문 공시·이사회 다양성 같은 글로벌 기준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2025년 평가에서도 1749개 기업이 심사를 거쳐 상위 5% 기업이 선정됐다.
대만은 밸류업을 기업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았다. 2018년부터 모든 상장사에 주주총회 전자투표를 의무화해 주주 참여의 문턱을 낮췄고,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문서의 영문 제공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규범을 권고가 아닌 기본값으로 만든 셈이다. 여기에 미배분 이익에 대한 추가 과세(현행 5% 수준)로 사내유보 편중을 완화하는 장치도 결합했다.
이슈링(Lee Hsiu Ling) 대만 금융감독위원회(FSC) 증권선물국(SFB) 기업금융국장도 대만 밸류업 성과를 ‘로드맵 연속성’에서 찾았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혁 로드맵을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발표했고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로드맵까지 추가해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중장기 정책 수단으로 운영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가제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독립이사·감사위원회, 전자투표,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같은 제도는 초기엔 평가를 통해 유도·장려됐고, 실무 경험과 공감대가 쌓이면서 의무 규제로 정착했다”며 “시장 유인과 규제를 적절히 결합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기업 반발 가능성에 대해선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초기에는 유인 중심으로 접근한 뒤 정착되면 규제로 전환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대만 사례처럼 밸류업을 ‘캠페인’이 아니라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이나 일시적 배당 확대 같은 처방도 필요하지만, 이사회 독립성과 공시 투명성, 주주 참여(전자투표), 평가·인센티브 같은 기본 장치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시장에서 보상받는 구조를 20년에 걸쳐 만들었다”며 “우리도 정권과 무관하게 추진되는 국가적 로드맵으로 정착돼야 코스피 5000의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하늬 눈물에 ‘반전'”…조세심판원, 차은우 운명도 가른다[only 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1/PS26013001237t.jpg)


![근육질 테토남 안보현이 타는 픽업트럭의 정체 [누구차]](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1/PS26013000512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