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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온 상승과 함께 점포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특히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이 두드러진다”며 “프리미엄 식품관이나 스포츠·레저 브랜드 중심의 소비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소비 패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쇼핑 후 곧장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매장 안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체류형 소비’가 확산 중이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의 식음료(F&B) 매출은 같은 기간 10% 증가했고, 액세서리류와 명품 주얼리 매출도 각각 약 15% 늘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시적인 날씨 효과를 넘어 몰링(Malling, 복합 쇼핑몰 체류) 쇼핑 문화의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이에 맞춰 공간형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5층에 위치한 실내정원 ‘사운즈포레스트’에 하와이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한 여름 테마존을 조성했다. 최대 7.5m 높이의 야자수 10여 그루와 열대풍 소품점, 포토존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실내에서도 휴양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가족, 연인뿐 아니라 문화센터를 찾는 시니어 고객층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 속 외출 수요는 도심을 넘어 외곽 쇼핑시설로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같은 기간 현대아울렛 전 점포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7% 증가했다. 여름 정기세일 효과에 더해, 실내 여가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며 주말 나들이 고객이 늘었다. 특히 교외형 점포의 경우 나들이 수요를 흡수하며 상대적으로 실적 회복 폭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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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식품 부문에서도 쿨링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쿨 이지웨어(49%), 여성·주니어용 쿨플러스 이너웨어(84%), 수영복(27%) 등 기능성 여름 상품이 고르게 신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저녁 시간 가족 외출이 늘면서 실용성을 겸비한 상품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몰링 트렌드는 특정 세대에 머물지 않는다. MZ세대는 물론 4050세대, 시니어층까지 쇼핑몰을 여름철 나들이 장소로 삼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각 유통사는 문화센터, 북카페, 전시·체험 공간 등 연령대별 콘텐츠 큐레이션을 강화하며, 쇼핑몰의 역할을 단순한 상업 공간에서 여가·문화 복합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유통업계는 머무는 공간을 전제로 한 신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이어 미술관, 식음, 산책 공간을 결합한 리테일 복합 모델 ‘커넥트 현대’를 청주·광주 등 지방 거점으로 확대 중이다. 신세계는 화성 국제테마파크와 연계한 초대형 복합몰 개발에 착수했으며, 롯데는 ‘타임빌라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체류형 공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구조 설계가 유통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이나 한파처럼 외부 환경이 극단화될수록 유통 공간의 실내 기능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상품 경쟁력보다 고객의 체류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오프라인 유통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