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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은 조이라면서 금리는 내리라는 당국[기자수첩]

김국배 기자I 2025.03.03 17:53:10

올리랄땐 언제고 이제는 내리라 닦달
'대놓고 관치' 지적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두고 은행권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가계대출을 조이라면서 가산 금리는 낮추라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에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을 월별, 분기별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금리다. 기준금리가 3차례나 내려가는 동안 뚝뚝 떨어진 예금금리와 달리 대출 가산금리는 생각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금융당국도 개입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1일 20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 내용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부응하듯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5년 주기형 상품의 가산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인하 폭이 커서 금융권에서 파격적이라는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우리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시차 없이 내렸다”고 치켜세우며 “은행들이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여전하다. 국민의 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대놓고 관치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높인 배경엔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작년 7월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은행은 한 달 새 20번에 가까운 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리가 이렇게 꼬여버린 원인에는 당국이 그 중심에 있다. 금리 인상이든 인하든 그것이 시장 원리가 아닌 당국의 금리 때리기의 결과 탓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다. 정책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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