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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과학계에서는 지난해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비서관 체제에서는 수석이 있는 경제·사회 분야에 비해 대통령실 내 위상이 낮아 대통령에게 전문가 다운 조언을 하려고 해도 힘에 부쳤을 것이다.
여기에 과학기술비서관이 자의든, 타의든 외부 소통에 미흡했던 것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조성경 전 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부임 이후 R&D 삭감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일하게 대통령실에서 과학계를 대표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신진연구자를 지원하고, 국가 전략기술을 육성해 미래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하지만, 이 때문에 유학을 떠나려는 젊은 연구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여파가 거세다.
박상욱 수석은 이처럼 어려운 시점에서 국가혁신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하고,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저성장 기조 속 양자, 우주, 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 전략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박 수석이 과학분야와 정치분야에서 두루 경험이 풍부한데다 소통의 중요성을 아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박 수석은 임명 직후 “추후 비공식 또는 공식 자리를 마련해 과학기자들의 의견도 들어달라”는 기자의 문자에 “과학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들과 만나겠다”고 답했다.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과학계와 언론과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예상못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박 수석이 소통을 통해 빠르게 연구현장에 혁신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갑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으로 상처 입은 과학기술인들을 보듬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