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지난 18일 이곳에서는 교사 A(23)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는 숨진 A씨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 측이 A씨가 학교폭력 업무와 관련이 없었고, 1학년 담임을 자원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관련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날 추모를 위해 방문한 시민들도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성동구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한다는 B(30)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그의 일터였던 학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단순히 개인사의 문제로 축소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안모(52)씨 역시 “젊은 사람이 너무 안타깝게 갔다. 학교에서 그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에도 A씨의 유족과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은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A씨의 사망과 관련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왜 사회초년생인 젊은 교사가 일하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했는지 명확한 답을 내야 한다”며 학교는 물론, 교육청이 책임 있게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쯤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서이초를 찾아 추모 포스트잇을 살펴보고 헌화를 했다. 검은 양복, 검은 넥타이 차림의 조 교육감은 “안타깝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권 등 교권 관련, 미진한 법 제도들에도 진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발언 당시 일부 교사와 시민들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공식 업무 시간 이후에도 오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대해서는 업무용 핸드폰(듀얼폰)을 사용한다든지, 공식 민원 콜센터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시민들은 “듀얼폰은 해결책이 아니다”, “괴롭힘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쯤 조문과 학교 내부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조 교육감의 차량에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마라”, “더 많이 죽기 전에 교사를 지켜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서이초 인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A씨를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는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