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전모(41)씨의 7살, 6살 자매딸이 마라톤 행렬의 끝자락에서 엄마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25일 오후 뜨거운 가을볕에서도 성인남녀는 물론 아이들까지 부지런히 뛰고 걸었다.
‘제16회 그린리본 마라톤 페스티벌’이 이날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다. 엔데믹으로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이번 행사엔 2000여명이 참여해 ‘연둣빛 물결’을 이뤘다.
◇ “함께 뛰며 더 좋은 사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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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난 2년과 달리, 3년 만의 오프라인 행사엔 2251명에 달하는 이들이 5.25km, 11.19km 부문에 나눠 참석했다.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이사는 개회사를 통해 “여러분이 걷고 뛴다는 데엔 앞으로 나아가,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페스티벌이 실종 아동을 위해 함께 뛰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그린마라톤이 계속된 건 실종 아동, 학대 아동을 돕겠다는 여러분의 마음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열정과 함께 주변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아동이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가자”고 독려했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서울시 역시 실종 아동, 아동 학대는 물론 더 나아가 아동 대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며 “함께 그린리본 정신을 기억하고, 힘차게 출발해달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몸풀기 체조 후 오후 2시, 마라톤 경주가 시작되면서 연둣빛 셔츠를 입은 군단이 한강시민공원 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한강에 접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쉬던 시민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일부 시민은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해 주기도 했다.
◇ 떼로 온 회사동기들, 아이 손 잡은 부모 ‘눈길’
참가자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었다. 주로 5.25km 코스를 돈 이들은 마라톤을 완주하겠단 목표보단 행사 취지에 공감해 참여에 의의를 둔다고들 했다. 마라톤이 달리기를 뜻하긴 하지만, 이들은 어린 자녀를 태운 유모차, 아이가 타고 온 자전거·씽씽이를 끌면서 마라톤 코스를 경보, 산책하면서 즐겼다.
경기 하남에서 왔다는 송모(41)씨 부부는 4살, 2살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대열에 함께 했다. 송씨는 “육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지인이 이런 캠페인이 있다고 얘기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예전에 핑크리본 마라톤(유방암 인식향상 및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도 아이들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7살, 4살 아이와 함께 온 서모(44)씨는 “11회 때부터 참여했는데 한동안 현장에서 열리지 않아 아쉬웠다”며 “첫 참여 후로 실종아이를 찾는 기관들에 아이들 이름으로 후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 젊은층 참여도 두드러졌다. 한 금융회사에선 20대 후반~30대 초반 동기 13명이 함께 와 우승의 결의를 다졌다. 김모(28)씨는 “원래는 등산 모임을 하는데 이런 행사를 알게 돼 오게 됐다”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신난다”고 웃었다. 친구들 5명과 함께 왔다는 송모(32)씨는 “마라톤을 즐겨 하는 친구, 친구의 친구까지 왔다”며 “한동안 마라톤 행사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침 잘됐다”고 했다.
한편 행사장에선 실종예방을 위한 지문 사전등록 부스가 차려져 부모와 아이의 발길이 이어졌다. 5살 아들의 지문을 등록한 신모(37)씨는 “그린리본에 실종아동을 찾는 의미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이렇게 미리 등록해 대비할 수 있다니 좋다”고 했다. 이외 실종아동찾기 해시테크 이벤트, 1분 캐리커쳐 부스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전시한 쌍용차 부스 등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서울특별시·서울경찰청이 후원했다. KG·할리스·KFC·코카콜라·ENH COMPANY·휠라 등 기업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