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2.3%"…'장기침체' 난제 만난 '文 경제팀'(종합)

김정남 기자I 2018.11.10 12:51:21

무디스 "한국경제 성장세 약화"
올해 2.5%·내년 2.3% 각각 전망
투자·소비 부진…고용 창출 악화
"2% 초중반대 장기침체 가능성"
文 2기 경제팀 과제, 결국 ''성장''
"現 성장률로 고용 창출 역부족"

지난 2006년 이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3%로 제시했다. 2.3% 수준이면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2.3%)과 비슷하며,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7%)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출처=무디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이라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전망이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일 만큼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최대 난제다.

◇무디스 “한국경제 성장세 약화”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평사 중 하나로 꼽히는 무디스는 최근 글로벌 거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3%로 제시했다. 지난해 3.1%로 반짝 성장한 후 2% 초중반대로 레벨 자체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2.3% 수준이면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2.3%)과 비슷하며,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7%)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경제위기를 우려할 정도의 수치라는 얘기다.

무디스의 평가는 냉정했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약화하고 있다”고 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 부진 △주택시장을 억제하는 거시건전성 조치(macroprudential measures)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 △소비 증가세를 짓누르는 일자리 창출 악화 등이 그 근거다.

무디스는 특히 내년 이후 경제를 짚어보면서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과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 등 계속되는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전망치는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도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8%, 2.6%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각각 2.7%씩 전망했다. 국내 정책당국 등 일각에서는 “무디스의 수치가 과하게 낮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이견이 거의 없다.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만 해도 3.1%를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 내 10개 선진국(G20 Advanced)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무디스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는 호주(3.0%)와 미국(2.9%)에 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역시 호주(2.8%)보다는 낮고 미국(2.3%)과는 비슷할 것으로 점쳐진다. 2% 중반대의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해석이 과하지 않다.

이례적으로 올해 2.5% 성장을 예상했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문제점이 많아보이지만, 그나마 수출이 견조해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출도 하향 곡선을 그릴 리스크가 남아있다. 반도체와 석유제품을 제외하면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목되는 건 중국이다. 무디스는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6.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기관들보다 약간 더 낮은 수치다.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하면, 경제 연관도가 높은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現 성장률로 고용 창출 역부족”

성장세 회복은 ‘홍남기 경제팀’에게도 최대 과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맞는 성장 경로로 안정적으로 가게 할 것”이라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도 근본 미션”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도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경기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갭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GDP갭은 실제 성장 정도를 의미하는 실질 GDP와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다. GDP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성장세가 기초체력상 달성할 수 있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상봉 교수는 “이 정도 성장률로는 일자리 늘리기와 국민복지 향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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