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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부장은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수입박람회’를 앞두고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호 존중하는 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최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얘기이다.
글로벌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치킨게임을 하던 양측이 대화모드로 돌아선 데에는 중국 측의 태도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정가에서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 역시 중국 측이 먼저 접촉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미 정보요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중국 스파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도청해 미·중 무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비공식적 접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적 네트워크를 더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이같은 만남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중국과 협상을 할 것”이라며 한결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협상을 앞에 두고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모습은 푸젠진화(福建晋華) 이슈에서도 나타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중국 국영반도체기업인 푸젠진화의 새로운 메모리 칩이 미 군사용 칩 생존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며 푸젠진화와 미국업체 간의 거래를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반도체 국산화’에 제동을 건 것이지만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잘못된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의례적인 성명을 냈을 뿐이다.
지난 4월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 ZTE(중흥통신)과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을 당시, “우리는 수시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하고 류허 중국 부총리가 ZTE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양국 간의 무역협상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카드로 쓴 것과 비교하면 훨씬 미온적 반응이다.
자신만만하던 중국 지도부의 태도 변화에는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세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처음으로 “경기둔화 우려”를 언급했다. 실제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에 그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9년 6개월 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0.2로 나타나며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2300여개 중국 진출 국제기업 대표기구인 화남미국상회(華南美國商會)가 약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30% 기업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3500선을 웃돌았던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600선까지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 내수 부양을 위해 올 들어 네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소비를 진작하고 감세정책에 이어 4년 만에 금리 인하 카드까지 암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중국 내부에서조차도 미국과 겨루는 것은 시기상조였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왕은 “우리는 사실에 두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냉철한 마음을 지니고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며 시 주석의 대외정책을 우회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