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시계 앞당겼다

김성곤 기자I 2016.05.29 14:41:42

25일 제주포럼 대선출마 시사 이후 대권 광폭행보
28일 충청 맹주 JP와 30분 극비회동·각계 원로와도 비공식 만찬
29일 TK심장부 안동 방문…30일 기자회견 예정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의 차기 대선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라는 미묘한 시점에 방한한 반 총장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며 ‘반기문 대망론’을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포럼에서 파격적인 대선출마 시사 발언으로 스스로 대망론에 불을 지핀 데 이어 28일에는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를 예방하며 대권행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 총장의 대권행보는 1년 7개월 앞으로 여야의 대선시계를 앞당겼다. 차기주자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에게는 희망의 싹을 틔웠다. 총선 참패 이후 친박·비박 계파갈등에 따른 내분상황에서 벗어나 ‘반기문 카드’면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긴 것. 반면 차기 지형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켜온 야권은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하며 반기문 때리기에 나섰다. 과거 “노무현 DNA가 흐른다”며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태도다. 아울러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반 총장의 5박 6일간의 방한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28일 김종필 전 총재 예방이었다. 본인의 대권도전이 여야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확대 해석된 것”이라며 수위조절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날 충청권 맹주인 JP 예방을 통해 대권도전 속내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30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재는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또 이날 저녁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건·노신영·이현재·한승수 전 총리는 물론 신경식 헌정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등 각계 원로 10여명과 만찬회동을 가진 것. 당초 건강검진과 가족일정 등을 제외하고는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방한 일정 중 가장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간 셈이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향후 반 총장의 대권도전 시 멘토 또는 자문단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에도 파격행보는 이어졌다.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리는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을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찾았다. 방명록에는 “유서깊은 세계문화유상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이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빈다”고 적었다. 이후 오찬 자리에는 김관용 경북지사,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충청 출신의 반 총장이 전날 JP와의 회동에 이어 이른바 대구경북(TK)지역에서 집권여당의 주요 당직자들과 접촉하면서 이른바 충청·TK 연대를 통한 차기 집권 시나리오가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반 총장은 방한 마지막날인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에 나선다. 연설 이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대선출마 여부 등에 대한 보다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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