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주요 20개국(G20) 경제수장들이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로 전 세계 환율전쟁이 촉발될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G20 합의로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회담 이후 채택한 코뮤니케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반대하며 투명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20 코뮤니케에서 이 같은 표현을 쓴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11일 중국이 깜짝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이후 위안화는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안화 약세로 인해 중국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에 신흥국 통화도 급락했다.
이에 일부 국가들은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환율전쟁 전운이 감돌았다. 베트남이 환율변동폭을 추가로 확대하고 동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도 변동환율제를 도입해 자국 통화 약세를 급락을 유도했다. 일본 정부 관료들 역시 중국이 글로벌 통화전쟁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엔화 평가절하를 언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외환보유액을 헐어 달러에 페그된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다 같이 통화절하에 나서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는 인식에 자제키로 합의한 것이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경쟁적인 평가절하는 모든 이들이 정책적으로나 구두상으로나 막아야 할 위협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국가들이 환율 전쟁으로 인해 이미 빈혈증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G20 회담에 참석한 중국 경제수장들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위안화가 추가 평가절하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는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고시환율 산정 방식에 시장환율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자유화에 한발 다가선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G20 국가들은 중국 위안화가 꾸준히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리우 지웨이 중국 재무장관은 회담에서 “향후 4~5년 동안 중국 경제가 7%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고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역시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추가 약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안심시켰다.
지난 4일 루 미국 재무장관은 러우 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고, 이에 대해 러우 장관은 중국이 환율 왜곡을 피하고 경쟁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외환시장 자율화에 대한 의지도 확인시켜줬다.
한편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이 9년 만에 금리인상에 나설 채비를 하는 가운데 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찬반 논리를 설명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자산가격과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며 “만약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아도 어차피 미래에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연준은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 계속 그래야 한다”며 “IMF는 경제지표가 확신을 줄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G20 회담에서 채택한 코뮤니케에서는 “일부 선진국의 경제 전망 개선에 따라 긴축 통화정책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음에 주목한다”며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행동을 신중히 조정하고 명확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