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되면 조상탓?..GM대우 간판이 문제였을까

김보리 기자I 2011.01.21 12:43:00

스포츠카 카마로·콜벳, 한국 시장에 `안맞는다` 지적
GM대우가 출시할 차량, 경쟁사 대표차종과 경쟁해야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안 되면 조상탓'. 아주 흔한 속담이지만, 이 말은 사회심리학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귀인(). 심리학에서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찾는 용어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실패에 부딪혔을 때 그 요인을 내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서 찾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반면, 외부귀인을 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조상탓, 부모탓과 같은 외부 요소로 돌린다.
 
GM대우가 내수진작 부진이라는 실패를 돌파하기 위해 '파격 카드'를 들고 나왔다. 브랜드명에 사명까지, 심지어 올해 내놓을 차종 중 절반을 새로운 차급으로 바꾸겠다는 GM대우의 변화가 우선 눈길을 끈다. 30년 간 이어온 '대우'라는 이름을 지워내고, 차종까지 바꿔 그야말로 '분골쇄신'한다는 각오다.

GM이 독일에선 오펠, 호주에선 홀덴, 영국에서 북스홀이란 독자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GM대우의 새 브랜드 전략은 내수점유율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심상치 않음을 읽을 수 있다. 

GM대우가 간판을 바꾸달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자체적으로 점유율 부진의 원인을 '대우'라는 브랜드로 귀인했기 때문이다.
 
모(母)회사인 대우그룹의 부도, 대우차의 워크아웃 등을 겪으면서 '대우'라는 이름에선 '망한 브랜드'라는 선입견이 따라오기 때문에, GM의 효자 브랜드인 '쉐보레'를 도입해 이미지부터 쇄신하겠단 전략이다.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라인업 재정비까지 유례없는 초강수를 둔 GM대우의 실험은 과연 성공작으로 끝날 수 있을까. 답은 아쉽게도 `글쎄올시다`이다. 변화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감지되지만 원인에 대한 진단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수출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GM대우가 유독 내수시장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수시장 확대를 겨냥한 이번 GM대우 변화의 관전 포인트 역시 얼마나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했냐는 것이다.

먼저, GM대우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내놓는 스포츠카 카마로와 콜벳을 보자. 카마로는 쉐보레 브랜드 첫 출시작으로 스포츠 머슬카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등장한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준대형 세단인 알페온 보다 가로가 5cm나 넓은 큰 차체와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내부 디자인으로 벌써부터 내수시장 판매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카마로의 한국 시장 출시는 아시아 시장에서 처음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북미 지역보다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직 상품성을 인정받을 기회가 없었단 뜻이기도 하다.
▲ GM대우가 내놨다가 단종한 G2X(左), 베리타스(右)

GM대우의 스포츠카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7년 GM의 당시 계열사인 새턴사가 미국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G2X를 들여왔으나 2년동안 판매량이 180대를 넘지 못했다. 한달에 평균 9대가 팔린 꼴이다. 이 차량은 수입된 지 만 2년이 안 돼 수입이 중단됐다.

대형세단 '스테이츠맨'과 최근 단종된 '베리타스' 역시 2년여 동안 1796대, 2561대를 판매한데 그쳐 내수시장에서 사라졌다.

GM대우에서 올해 내놓을 신차들이 현대·기아차의 동급 신차와 경쟁해야 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젠트라 후속으로 1분기 내수시장을 노크하는 소형차 아베오와 아베오 해치백은 현대차 엑센트의 신차효과와 싸워야 한다. 

오는 2분기에 나오는 라세티 프리미어 해치백은 올 하반기 현대차 신형 i30와 지난해 나온 기아차 포르테 해치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원스톰 후속인 캡티바 역시 기아차 스포티지R, 현대차 투싼ix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다.

GM대우는 그토록 원하던 내수시장 점유율에 대한 답을 어쩌면 글로벌 GM이 아니라 옛 대우자동차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1997년 대우차는 소형차 라노스, 준중형차 누비라, 중형차인 레간자를 앞세워 내수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친 국내 완성차 중 1위의 기록이다. 대우차가 독자개발한 차종과 참신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 회사의 내부 귀인은 제품과 품질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잘 만든 제품은 알아본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GM대우가 변화를 고심하면서 내부 귀인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내수부진의 탓을 외부요인에서만 찾으려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효과를 꼼꼼히 지켜봐야 할 이유다. 

▶ 관련기사 ◀
☞"쏘나타도 쉐보레 달더라"..GM, 왜 `대우` 버렸나
☞GM대우, 3월부터 '쉐보레' 브랜드로 달린다
☞"시보레 인기, 예상 못했죠" 지금은 7초에 한대씩 판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