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이 깊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빠졌고, 시장에서는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중화권과 한국을 넘어, 글로벌 증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 증시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중국 증시의 현황과 전망, 향후 시장을 움직일 변수, 거시경제 상황 등을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글로벌 신용위기의 매서운 한파에도 움츠러들 줄 모르던 중국 증시가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간 27일 오후 12시15분 현재 현재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1% 내린 4903.97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한때 49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전날 1.5% 내린 4958.85로 마감, 5000선을 하회한 여파가 이날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지수는 지난달 1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6124.04로부터 20% 가량 밀려났다. 인민은행의 줄기찬 긴축 조치와 전세계 증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에도 강건함을 유지하던 지수가 불과 한 달여 만에 1000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이 기간 중국 증시에서는 5조위안(약 7000억달러)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주가가 이런 식으로 며칠 더 밀린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8874억달러)과 맞먹는 돈이 허망하게 증발하는 셈이다.
◇5500선 붕괴가 올 증시의 분기점..`붕괴냐 조정이냐`
지난 22일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5000선이 3개월여 만에 붕괴됐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 정도로 치부했다. 다음날 곧바로 5000선을 회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지수가 또 다시 5000선을 하회하면서 상승장세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올해 중국 증시의 분기점은 5500선이 무너진 지난 8일이다. 5500선은 중국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느냐를 가늠하는 지지선으로 간주됐다. 8일 지수가 5500선을 하회하자 시장에서는 수 주 내에 5000선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전망은 정확이 2주 만에 현실이 됐다.
5000선 붕괴 이후 시장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장세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5000선 하회를 하락장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것이 아니라 큰 규모의 조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해외 시각 `대세상승 끝났다`..日전철 밟을 것
`불 마켓(상승장세)`이 끝났다는 분석은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 및 투자자들이 제기하고 있다. 모간스탠리가 대표적이다.
모간스탠리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가뜩이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증시에 추가 하향 압력이 가해질 경우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당시 일본 증시는 불과 1년여 만에 반토막이 났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대세 상승 마감론`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지난 2월 10년 만에 가장 큰 폭(8.8%)으로 하락했을 당시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바꾸기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올 초 증시 폭락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산 버블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를 책임지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금융 수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중국 기업들이 여유 자금, 심지어 차입 자본 마저 신규 투자 대신 증시에 쓸어넣고 있다"는 고위 당국자의 직설화법도 등장했다.
증시 상승의 견인차였던 풍부한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당국은 지난 8월 이후 뮤추얼펀드 신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시중은행에 올 연말까지 대출 동결을 지시한 상태다.
뮤추얼펀드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액투자자들이 손대기 어려운 대형주 매수 세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중단할 경우 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를 발행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증시의 물량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비이성적 과열 中증시, 붕괴할 것`..4500선 전망도
국제 금융시장의 유력 인사들도 중국 증시가 붕괴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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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기 때문에 좋을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발언은 양반 수준이다.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인 중국 증시는 버블의 모든 것이며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은 극언에 가깝다.
중국 내부에서도 `붕괴론`에 동조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리카싱 허치슨 왐포아 및 청쿵 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증시가 과열돼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3대 증권사인 션인 완궈 증권의 리 휘용 애널리스트는 "주식이 너무 비싸 시장이 하락할 만한 상황"이라며 "450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中 내부시각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대형조정일 뿐
반면 대부분의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중국 증시 속락을 `대형 조정`으로 해석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이다. 60배에 달했던 주가이익비율(PER)이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인 30배선으로 떨어지면서 펀더멘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이나 애셋 매니지먼트의 양 정화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 경제가 거대한 둔화세에 부딪히지 않는 한 증시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며 "조정장세 종료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 소재 TX 인베스트먼트의 우 펑 스트래티지스트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주가가 신고점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서 `베이징 올림픽 8000선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붕괴냐 조정이냐` 실적이 가를 것..펀드매니저 40% `내년 8천선`
결국 중국 증시의 최근 약세가 `붕괴의 전조`냐 `건강한 조정`이냐는 논란은 기업 실적이 종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수치화한 것이라는 기본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기업의 향후 성적표가 어떠할 것이냐를 놓고 시각은 엇갈린다. `붕괴론`을 옹호하는 측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 경제를 흔들면서 중국의 수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도 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변수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급격한 실적 증가세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중국 기업의 실적 가운데 최대 30%는 주식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것이라는 내용이다.
`조정론`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중국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역사적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에서 2006년 사이 중국 기업들의 수익은 평균 37.6% 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증시가 크게 둔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 기업의 견조한 실적이 향후 3~5년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23일 중국증권보가 72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중국 증시가 여전히 대세 상승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펀드매니저의 40%는 지수가 내년 8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