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벽산건설(002530)이 위기에 봉착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장하성 펀드로부터 개업구조개선 요구를 받고 있는 데다 경영실적도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는 벽산건설 지분의 5.40%를 취득하고 벽산그룹측에 대해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했다.
장펀드측은 최대주주인 인희가 벽산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희가 보유한 벽산건설 553만194주(20%)를 무상소각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둘 사이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장펀드는 ▲이사회 구조의 개선(이사 및 사외이사 자격 제한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 ▲감사구조의 개선(감사의 자격제한 및 KCGF에서 추천하는 비상근감사 최소 1명 선임) 등을 요구했다. <기사 참조 : 장펀드, 벽산건설 5.4% 왜 매입했나?>
◇지배구조개선요구 = 벽산건설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따가운 의혹의 눈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벽산건설은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김희철 현 벽산건설 회장이 ㈜인희를 통해 경영권을 회수해, '경영 부실이 큰 대주주가 경영권 되찾은 사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회장측은 채권단 보유지분 51%를 공개입찰가격보다 50원 가량 높은 주당 4000원 초반대에 매입하겠다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헐값 매각이란 비난이 일었다.
◇세무조사 = 벽산건설은 기업구조개선 요구와는 별도로 작년 말 세무조사를 받는 등 외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작년 11월 16일, 벽산건설에 대한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벽산건설이 원주사업 당시 고분양가 책정, 또 사주 관련 시행사의 땅 매입 등 복합적 이유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보고 있다.
◇실적부진 = 이같은 외풍 속에 벽산건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부진한 경영실적이다. 벽산건설이 지난해 11월 밝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82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372억원)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또 경상이익도 작년 동기(35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0억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이익도 101억원으로 작년 동기(256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부진한 경영실적에 대해 업계에선 대주주에 집중돼 있는 지배구조가 경영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가 벽산건설에 요구한 사안이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지만, 경영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며 "벽산건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