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선거 불가 방침을 유지한 채 개표를 진행했지만 국민의힘은 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민·형사상 소송 뿐만 아니라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이번 사태가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하진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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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선거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인정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선거무효 소송 △헌법소원 △국가배상 청구 △선관위 관계자 형사책임 등의 법적 조치들이 실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 관련 규정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무효를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탈한 표수가 당락을 바꿀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예고한 선거무효 소송은 승산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지냈던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용지가 부족한 사람이 적다고 하면 법원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판단한다”며 “설령 몇백 표 차이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 표를 모두 낙선 후보가 전부 득표할 가능성은 적어 법원에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표 차가 적은 구의원 등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 출신 로펌 고문 B씨는 “현장에서 기다리면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못 기다리고 갔다면 기권 의사로 볼 수도 있어 유권자의 책임이 결부된 상황”며 “아예 투표 기회가 봉쇄된 건 아니라 선거 효력 유무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선거법 소송에서도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법원은 당락에 미친 실질적 인과관계를 요구했다.
2022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중간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의 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자 낙선 후보들이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하자가 당락을 바꿀 규모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같은 선거에서 투표용지 고갈로 투표 시간이 긴급 연장됐던 펜실베이니아주 루체른 카운티 유권자 소송 역시 선거무효가 아니라 선거관리 강화에 대한 ‘화해 합의’를 맺으며 종결됐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법원 선거·당선무효소송 판례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하자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영향이 없으면 무효로 하지 않고 그런 판례는 다른 나라 법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시 각하 가능성 ↑”…“국가배상 인과 입증 어려워”
헌법소원이 제기되더라도 청구인 적격 인정범위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본안 심리 전 단계인 적법요건 심사에서도 각하될 확률이 높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소송이라는 구제 절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치지 않고 헌재로 직행하는 것은 헌법소원의 기본 전제인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서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 용지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집으로 간 사람들의 경우 선거권 침해가 될 수 있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헌재로서는 유권자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소송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그러지 않고 마지막 수단인 헌법 소원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각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지금 기본권 침해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건 선거 결론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며 “선거 과정에서 본인 권리가 제한됐다면 선거·당선 무효소송을 먼저 제기해서 다투고 대법원까지 불복하면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배상 책임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보다는 선거권 행사 기회를 박탈당한 데 따른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 청구에 한할 거라는 의견인데 인정 범위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지웅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투표를 한 사람이라면 손해가 보전됐다고 볼 여지가 있고, 투표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투표용지 부족 때문에 투표를 못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배상 청구가 제기되더라도 인정 범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도 제기되지만 문책이나 중징계는 가능하더라도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중앙·서울선관위 주요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김진한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선관위의 중대한 실책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고의적 부분이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 변호사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의도적으로 직무를 포기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한 판단의 문제이지 직무 자체를 방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