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전공의들 사직하면서 “폴더 지워라” 행동지침...“경찰 수사”

홍수현 기자I 2024.02.19 10:23:58

일부 전공의 중심으로 사직 매뉴얼 돌아
전산 자료 삭제, 변조해 시스템 마비 목적
경찰 "수사 착수, IP추적 중"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일괄 사직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 사직 전 업무자료를 지우거나 수정하라는 내용이 공유된 사실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의사 자료 사진.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 이미지)
1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날 자신을 세브란스병원 근무자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직장인 익명 사이트 ‘블라인드’에 대단들 하다. 기업자료 지우고 도망가기“라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A씨는 의사 커뮤니티 앱인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공지도 첨부했다. 캡처본에는 ‘[중요]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고 적힌 제목 아래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까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의사들은 “(남은) 인력이 전공의 ID로 처방 오더를 내리면 책임을 전공의가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사는 블라인드에서 “세트오더는 개인이 자기 일할 때 편하기 위해 정리해둔 것이라 지운다고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처방) 오더 낼 때 편하려고 저장해둔 단축키를 말하는 것”이라며 환자 인수인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엄연히 병원에 귀속된 자료인데 국민에게 피해주기로 작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 변호사는 “기업 직원이 출근해서 회사 컴퓨터로 만든 자료는 모두 기업 소유”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도 “사기업에서 저렇게 했다간 바로 고소당한다. ‘지우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바꾸라’고 했는데 이게 과연 개인 자료냐. 누가 봐도 후임이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MBN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게시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글을 읽은 시민이 새벽 1시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게시자 IP 추적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게시글이 최초로 올라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