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트렌드와 ‘실검 부활’이 다른 3가지 이유

김현아 기자I 2023.05.14 17:23:44

카카오, 포털 다음에서 '투데이 버블' 베타 시작
네이버 '트렌드 토픽' 서비스 하반기 출시 준비
검색어 데이터화했던 과거 실검과 달라
①만들어지는 방법: 검색 쿼리 안쓰고 외부 페이지도 활용
②보이는 방법: 사람마다 다르게 보여져
③모니터링 강화: 상업정보와 정치이슈는 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검 부활 아냐? 카카오가 지난 10일 다음(Daum)에서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네이버가 ‘트렌드 토픽’이란 서비스를 예고하자, 실시간 검색어(실검)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습니다.

당시 실검을 폐지한 것은 재난정보 알림 같은 순기능에도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정치권의 검색어 순위 전쟁이 낳은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실시간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컨셉이라니,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서비스 중인 ‘투데이 버블’은 ‘실검’과 3가지 측면에서 다릅니다.

바로 ①만드는 방법(검색쿼리 배제, 공개된 외부 데이터도 활용)②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키워드③강화된 모니터링(상업정보와 정치이슈 제외)때문입니다.

①검색 쿼리 안쓰고 웹크롤러 사용

실검은 이용자들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를 데이터화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가 순위로 매겨져 노출됐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의 ‘투데이 버블’은 다음(Daum)뿐 아니라 웹크롤러(Web Crawler)를 사용해 공개된 외부 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긁어옵니다. 과거와 달리 검색 쿼리는 쓰지 않죠.

대신 최근 수일 동안 웹페이지에서 언급된 단어와 최근 몇 시간 내 언급된 단어를 비교해 평소보다 현저하게 언급량이 증가한 단어를 추출해 키워드로 삼습니다.

이렇다면, 특정기업이나 정치 세력이 검색창에 한꺼번에 몰려도 키워드를 차지하긴 어렵죠. 왜냐면,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웹페이지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포털 다음에서 베타 서비스 중인 ‘투데이 버블’ 화면


②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키워드

‘투데이 버블’은 전체 키워드 세트는 하나지만 무작위 조합의 키워드 리스트로 이용자에게 보입니다. 이용자마다 키워드가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죠. 실검과는 차이가 납니다.

혹시 이 시간대에 다른 키워드가 궁금하다면 서비스 화면 밑에 있는 ‘새로운 키워드’ 버튼을 이용자가 직접 눌러야 합니다. 그러면 다시 무작위로 키워드가 나옵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상업 광고로 도배되거나,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실검 전쟁 같은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당시엔 조 전 장관의 임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와 같은 검색어를 각각 1위에 올리며 세력 대결을 펼쳤지만요.

2019년 8월 27일 오후 2시 30분께 네이버 실검 화면. 사진=이데일리 DB


③상업정보와 정치이슈 빠져

게다가 다음의 ‘투데이 버블’은 국민 생활이나 안전에 관련된 정보만 제공한다고 합니다. 상업적인 정보나 정치 이슈는 제외한다고 하죠.

일단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성·폭력성 등 아동·청소년 유해 정보, 증오·혐오·차별 표현, 광고·홍보·마케팅 등 상업적 목적의 정보, 오인 가능성이 있거나 허위정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공인의 사건 사고나 개인의 사생활에 가까운 소식, 범죄 또는 자극적인 사건 사고에 관한 정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주제는 걸러내죠.

여기에 이용자도 신고할 수 있어 신고를 받으면 즉시 조치한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 역시 7월 경 출시할 ‘트렌드 토픽’에 대해 카카오와 유사한 대비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치권 우려 여전…학계, 문제 제기하려면 분석 보고서로

그럼에도 총선을 1년 앞두고, 여론 조작 부작용을 우려하는 정치권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네이버 트렌드 토픽은 과거 여론 조작으로 문제됐던 실시간 검색의 부활”이라며 “아무리 견고하게 AI알고리즘을 설계해도 어뷰징을 막을 도리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트렌드 토픽’이 카카오의 ‘투데이 버블’처럼 설계된다면, 정치권이 악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만으로 기업의 서비스 출시를 막으려는데 대한 논란도 크죠.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국회에서 민간의 서비스에 대해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게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시장에서 서비스로 경쟁하고 소비자가 (맘에 안 들면) 거르는 게 기본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실시간 트렌드 서비스가 걱정된다면 우려를 넘어 해당 서비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이 담긴 보고서를 만들고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리는 방식이었으면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구글 트렌드의 탐색 페이지
구글트렌드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도 구글도 실시간 트렌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관문국인 포털은 이용자 트래픽을 모으는 게 비즈니스의 본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트렌드’ 서비스 페이지에서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제공 중입니다. 다만, 실급검은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선 제공하지 않고, 일별 급상승 검색어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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