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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선택 강요받는 韓, 핵심 산업엔 '링펜스' 치고 이익 지켜라"

이윤화 기자I 2022.08.24 10:24:45

美 싱크탱크 애틀랜틱협의회의 '로버트 도너'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공급망 이슈 진단, 세계 경제안보 전망' 웨비나 발표
미중 양국 갈등 상황 속 공급망 및 무역에 관한 원칙 세워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자산을 구분관리하는 링펜싱(ringfencing)‘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조언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협의회의 로버트 도너 선임연구위원이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협의회의 로버트 도너 선임연구위원 24일 세계경제연구원(IGE)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 진단과 세계 경제안보 전망‘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2005∼2016년 미 재무부에서 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뒤 국제관계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친 아태지역 경제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도너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중 무조건 한 나라의 방향성을 따르기 보다는 ’열린 무역‘, ’투명하고 견실한 공급망‘ 등 일련의 원칙 자체를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중 강대국 강등에서 외교적 명확성은 가질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핵심이익에 있어서는 타협할 수 없단 인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하게 규정된 범위 안에서는 일정 부분의 자율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링펜스’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링펜스란 권투선수들이 링 밖에서는 싸우지 못하지만 안에서는 규칙 내에서 얼마든지 주먹을 휘두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는 “미중 갈등을 필두로 보호무역 주의, 적대국에 대한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공급망 차질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미중 양국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기업들은 주요 부품, 민감한 섹션을 분리해서 대처하도록 ‘링펜싱’ 전략을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선택을 하는데 있어 명분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미국, 중국 모두에게 공급망 협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 점을 전제로 해야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 모든 규제를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단 사실도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앞으로 공급망 이슈가 국가안보와 연계성이 높은 네트워크,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 등 주요 산업에서 꾸준히 이어질 문제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유무역의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최근의 오해들을 설명하면서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이전)으로 대표되는 자국 중심의 자급자족이 아닌 개방적 무역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GM의 공급업체는 약 1만8000개, 애플의 공급업체는 7000개가 넘는다”면서 “섬유산업과 같이 값싼 노동력으로 빙요을 절감해 리쇼어링하기 쉬운 부문이 있는 반면 반도체와 같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될 수록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이런 산업 구조 전체를 자국으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팬데믹과 같은 질병,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자국 생산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생산 기지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질병이나 자연재해 피해에 대응하는데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수요를 예측해 재고량이나 공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미국내 연간 가전구매 증가율이 3~4%대에서 코로나 1년만에 37%로 폭증했는데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것만으로 역부족이란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미국에 대해서도 정책을 짜고 이핼 할 때 동맹국과 관련 기업들과 사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직언했다. 그는 “클린 네트워크, 칩4 동맹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수출 통제 조치 등이 다른 동맹국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급망 이슈에 영향을 미칠 조치들은 (동맹국과) 사전 협의하는 과정을 더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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