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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팔고, 휴직 돌리며 버틴 대한항공, 결국 정부에 손내민다

이승현 기자I 2020.10.18 17:33:07

이르면 이주 내로 1조원 규모 기안기금 신청키로
3분기까지 2조원대 자구안, 비용절감으로 버텼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고용유지지원금 만료로 설상가상
'최악의 경영난' 제주항공·에어부산도 신청 추진

대한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여객기인 보잉777-300ER 의 좌석을 떼어내는 개조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개조작업을 마친 여객기 내부에 화물을 적재한 모습. (사진=대한항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이르면 이번 주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임원 급여 반납과 직원들의 순환 휴직 등 비용 축소와 자산매각, 화물운송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로 버텨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2월 15일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 매각·유상증자로 2조원 자구안 마련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주 내로 1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원래 기간기금 1호 지원 대상 기업이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대한항공이 1호 신청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임원 대상 급여 반납과 전체 직원 70%규모의 순환 휴직 등으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또 대한항공은 ‘알짜사업’인 기내식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9900억원에 매각하는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원 상당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동시에 기대보다 높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여객운송이 최대 90%까지 급감하며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 화물운송 카드를 꺼내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2분기에 1485억원의 ‘깜짝 흑자’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3분기 영업이익폭 급감..향후 전망 불확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자금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우선 2분기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는데 1등 공신을 했던 화물운송이 3분기 들어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2분기만 해도 화물운송 수요가 증가한데 반해 화물운송이 가능한 항공사가 많지 않아 화물운임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점차 화물운송에 뛰어든 항공사들이 늘어나고 화물운송 수요 역시 줄어들면서 화물운임은 점차 내리막세다. TAC 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기준 지난달 평균운임은 kg당 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7.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28.7%가 빠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대한항공의 3분기 실적전망치도 영업이익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2분기 보다 1000억원 정도 이익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기조를 이어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하락세가 커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또 오는 12월 15일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만료된다는 점도 큰 우려사항이다. 이 지원금 덕분에 그동안 대한항공 직원들은 평소 급여 대비 75% 수준의 급여를 받는 유급휴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원금이 끊기게 되면 50% 미만의 급여를 받게 된다. 사실상 직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휴직 규모를 이어가지가 어렵게 된다.

대한항공은 기간기금 1조원과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등을 통해 1조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에어부산도 기안기금 신청할 듯

한편 저비용항공사(LCC) 중 제주항공(089590) 역시 기안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2분기 10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큰 경영위기에 빠진 제주항공은 1500억~17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298690)도 신청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자체 구조조정 차원에서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분리매각이 실현된 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중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곳은 아직까지 2조4000억원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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