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참사 사망자 38명, 대부분 일용직…합동감식반 가동

김미희 기자I 2020.04.30 13:34:29

이천 물류창고 화재 38명 사망자중 29명 신원 확인
유증기 폭발로 원인 추정…우레탄 주입과정서 발생
경찰 125명 대규모 수사본부 꾸려…건축법 위반 등 수사

[이천= 이데일리 김미희 기자]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십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용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발화가 화재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쯤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나기 시작한 불이 건물 전체로 옮겨 붙었다가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오후 6시 42분 완전 진화됐다. 이 사고로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중상자 4명, 경상자 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경찰,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이 난 곳은 연면적 1만1000㎡규모의 지하 2층·지상 4층짜리 물류창고 공사현장이다. 이 불로 사망자는 지상 2층에서 18명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나머지 5개 층에서 각 4명이 수습됐다. 이들 가운데 29명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나머지 9명은 지문 확인이 불가능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신원이 확인된 이들 대부분은 전기·도장·설비 등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29명 가운데 중국인 1명, 카자흐스탄 2명 등 외국인도 3명이 포함됐다. 성별은 모두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밝혀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력공사,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이날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합동감식은 참사의 시작이 된 폭발을 일으킨 원인과 화재 확산 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유증기 폭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 내부 곳곳에서 우레탄 작업이 이뤄져 발생한 유증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화원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것이다.

우레탄은 단열성능 효과가 탁월하고 가공성이나 시공성, 접착성 등이 우수해 냉동창고의 단열재나 경량구조재, 완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우레탄을 창고 벽면 등에 주입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우레탄은 주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서로 분해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최고 20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으며 유증기를 발생한다.

현재까지는 용접·용단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이 유증기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불은 지하 2층에서 발생했지만 지상 2층에서 일하던 근로자 18명의 사망자가 발견돼 가장 피해가 컸던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망자 38명중 지하 1·2층에서 각 각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나머지 30명은 지상층에서 발견됐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건물 내부에 우레탄 작업이라든지 도색작업이라든가 작업을 하면서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폭발했기 때문에 다수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2층에서 작업중인 인원이 (다른 층보다) 많아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12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건축법 위반사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화재 이후 시공사 등의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모두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특히 시공사 등의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천시에서는 지난 2008년 1월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12월에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해 8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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