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내 3위 케이블TV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이 업계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를 눈앞에 뒀다. 아마존닷컴과 넷플릭스, HBO 나우 등 스트리밍업체들의 공세에 위축되고 있는 미국 케이블TV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본격적인 합종연횡에 들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차터가 프랑스 알티스를 제치고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합의에 거의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합의 발표는 이르면 26일쯤 이뤄질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총 인수대금은 현금과 주식을 합쳐 551억달러(약 60조920억원)에 이른다. 주당 인수금액은 195달러로, 이는 지난 22일 타임워너케이블의 주식시장 종가인 171,18달러에 14%의 프리미엄(웃돈)을 얹은 것이다.
또한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미디어 거부 존 말론 회장이 이끄는 리버티 브로드밴드도 거래 성사를 위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말론 회장은 합병 이후 출범하는 새로운 차터 주식 50억달러 어치를 현 주가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재 유료 가입자가 가장 많은 업체는 1위인 컴캐스트로 2240만명에 이른다. 앞서 컴캐스트는 지난 4월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기 직전 단계까지 갔다가 경쟁당국의 반독점법 위반 우려로 인해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차터가 강자로 등장하면서 다른 업체들간의 몸집 키우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프랑스 통신 재벌인 패트릭 드라히가 이끄는 대형 케이블 통신업체인 알티스가 미국 케이블시장 판도 변화에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티스는 가입자 110만명으로 5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케이블TV 업체 서든링크 커뮤니케이션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다. 부채를 포함해 최대 100억달러(약 10조9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알티스는 이번 타임워너케이블 인수전에도 끝까지 참전한 바 있다.
뉴욕 억만장자인 돌란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4위 케이블TV업체인 케이블비전은 물론이고 소규모 케이블 업체인 콕스 커뮤니케이션도 인수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기대에 지난주말에만 케이블비전 주가는 22% 급등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케이블TV 업체들은 전통적인 케이블TV 사업보다 광대역 인터넷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덩치 키우기가 경쟁당국의 반발에 또다시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추진 때에도 톰 휠러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컴캐스트는 이번 합병으로 케이블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업까지 크게 늘리게 돼 온라인 동영상 사업자 등과의 경쟁과 혁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