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10일 10시 1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SK증권(001510)이 이데일리가 집계한 2010년 회사채 인수 시장(DCM: Debt Capital Market)에서 전년보다 무려 7계단 수직 상승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전통의 강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룹 물량을 든든한 발판 삼아 지주회사채 등 굵직굵직한 매물들을 잇따라 집어 삼키며 새로운 왕좌를 꿰찼다. 재작년 산업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덩치 큰 3강의 그늘 밑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SK증권은 이로써 명실상부 DCM 정상에 자신의 깃발을 꽂게 됐다.
사실 SK증권은 작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DCM에서 그다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작년 새해 첫 달에 13위를 기록하면서 10위권 밖에서 출발했고, 2월에는 3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반짝 상승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3월에는 다시 12위로 주저앉았다.
1년만에 폭풍 성장
SK증권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4월부터다. 전월대비 11계단 오르며 단숨에 1위를 거머쥐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SK증권은 5월에는 7위로 밀려나며 주춤하는 듯 했지만 6월에 다시 1위에 오른 이후 9월까지 무려 4개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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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차례 1등을 차지했던 2009년과 비교할 때 `일취월장`이라는 사자성어 하나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2009년엔 1년 12개월중 절반 이상을 10위권 밖에서 맴돌며 `마이너` 생활을 전전했던 반면 작년에는 1월(13위)과 3월(12위)을 제외한 나머지 열달 모두 `Top10` 안에 진입하면서 그야말로 DCM 분야 `메이저`로 우뚝 섰다.
SK증권이 작년 전체 DCM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경은 무엇보다 그룹의 도움이 컸다. SK증권이 작년 한해동안 시장에서 빨아들인 회사채는 총 6조3156억원. 이 가운데 계열사 물량은 1조4344억원에 달한다. 전체 인수 금액 중 22%가 넘는 회사채를 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채워넣은 셈이다.
SK증권은 지주회사 SK 1820억원을 비롯해 SKC와 SK건설,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해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룹 계열사들의 물량을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가까이 빨아들이며, 형제들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계열사들의 일반 회사채 뿐만 아니라 하나SK카드 등 여전채, 생각대로티 ABS(자산유동화증권) 물량들은 SK증권이 1등을 하는데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SK증권은 하나SK카드 발행 물량 중 총 1000억원, 생각대로티 ABS는 4000억원을 각각 인수해 갔다.
물론 계열사 발행 물량을 SK증권이 모두 담아갈 수는 없다. 금융투자협회 유가증권인수업무 규칙에는 `발행사가 인수회사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인수회사가 발행사의 주식 등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인수회사가 가장 많은 무보증사채 수량을 인수하거나 실질적인 주관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룹 발행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레 SK증권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그룹은 나의 힘?
이처럼 그룹 발행물 중 SK증권이 담지 못했던 물량들은 고스란히 바터(Barter)로 타 증권사와 교차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즉, 규정상 미처 인수하지 못한 물량을 타 증권사에게 넘겨주는 대신 SK증권은 해당 증권사가 담지 못하는 그룹 물량을 받는 식의 `기브앤 테이크` 거래가 있었다는 추측이다.
시장 관계자는 "SK증권은 주로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회사채와 계열사 물량을 나눠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AA급이라 최고등급인 AAA급 지주회사채들과 비교평가 할 때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 지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증권이 DCM 리그테이블에서 연달아 1등을 차지했던 3분기 인수 물량 가운데 유독 규모가 큰 지주회사채가 많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K증권은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채권의 경우 9150억원,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캐피탈 채권은 4300억원을 각각 인수했다.
인수한 회사채의 종류가 전년도에 비해 달라졌다는 점은 SK증권의 변신이 이채로운 또다른 이유다. SK증권은 지난 2009년 총 4조2900억원의 회사채를 가져갔지만 이 가운데 70% 이상이 일반회사채(3조150억원)였고, 여전채는 7050억원, ABS 5700억원, 외화표시채권은 제로(0)일 정도로 인수 포트폴리오가 일반 회사채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에는 달랐다. 여전채는 전년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조7650억원을 인수해 이 부문 4위에 랭크됐고, 단 한 건도 없었던 외표채는 계열사 SK에너지 달러채 854억원과 삼성물산 470억원 등 총 1365억원을 가져가 7위에 오르는 등 일반 회사채 위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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