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리하는 남자야!

조선일보 기자I 2009.09.23 11:33:00

女心 휘젓는
''개스트로 섹슈얼(요리 잘하는 남자)''의 주방 엿보기
조리도구 구입 반 이상이 男
"즐기면서 멋지게 살고 싶어"
화려한 색감·도우미 제품 인기

▲ 레쿠에 스푼 포크 세트. /신세계 백화점.
[조선일보 제공] 조주현(35)씨는 매일 아침 '마에스트로' 전동 그라인더로 원두를 간 뒤 '칼리타' 제품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푸조 샤또네프'의 페퍼 밀로 통후추를 갈아서 넣고, '마이크로 플레인' 강판으로 치즈와 야채를 갈아 샐러드를 만든다. 독일의 '실리트'나 'WMF'등의 냄비로 조리를 하고, '웨스트마크' 제품으로 과일즙을 짜내 요리의 풍미를 한껏 돋운다. 요리에 푹 빠진 그는 회사도 그만두고 요리연습에 매진해 3개월 만에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따내더니 곧 영국 요리 학교로 유학할 예정이다.

'뛰어난 요리 솜씨로 여성을 매혹시키는 남자'를 일컫는 '개스트로 섹슈얼'(gastro sexual)이 인기를 끌다 보니 그들을 위한 조리 도구 역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경우 주방 가전 카테고리 전체 구매자 중 남성의 비율이 2007년 40%에서 2008년 49%, 올해 들어서는 이미 50%를 넘어섰다.

▲ 크림이나 계란 등을 휘 젓는‘쿠이지프로’의 거품기(위스크₩whisk). 캐나다 브랜드인 쿠이지프로 제품은 안전한 소재의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사용하기에도 편하고 다양한 색상으로 보는 맛도 더해 준다./브니엘 산업
◆고수들은 과일 씨 빼는 도구도 챙긴다.

요리학원 '라 퀴진'의 송유진씨는 "요리 과정을 듣는 남성들을 보면 좀 더 멋지게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세련되면서도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송씨는 "스위스 브랜드인 '쿤리쿤'의 냄비류는 특히 내구성이 뛰어나고 색상과 모양이 다양한 데다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어 남성들에게 요리에 대한 흥미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브랜드인 '쿠이지프로'의 경우 입문자나 전문가나 모두 선호하는 실리콘 소재로 특히 추천하는 제품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주인공 구스토의 주방에도 등장한 '마이크로플레인' 제품과 고기 망치, 달걀 저미기 등으로 유명한 '웨스트마크' 등도 인기다. 치즈를 가는 채도 얇은 것, 중간 것, 굵은 것 등으로 분류돼 있고, 과일 씨 빼는 도구도 '사과씨용' '올리브씨용' 등으로 구분돼 있다.

전문가들을 위한 수입조리도구 전문 판매점인 '쉐프스탁'(www.chefstock.co.kr)의 최수현 대표는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나 케이블채널 '탑 셰프' 프로그램의 셰프들이 사용한 제품과 동일한 모델은 새로 입고가 되자마자 동날 지경"이라며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 구매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다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남성"이라고 말했다.

◆초보 남성은 한 번에 쉽게 끝낼 수 있는 '도우미'를

신세계 백화점 측은 "남성들이 화려한 색깔 제품을 싫어할 것 같지만 요리 입문 단계의 남성들은 남보다 더 돋보이는 색감의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실리콘 주방용품 매장인 '레쿠에'는 특히 남성 고객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르쿠르제'의 미니 냄비나 '피숀'의 타원 접시 등 마치 TV에서 본 듯한 화려한 색감의 제품들이 많이 팔린다. 김현준 G마켓 생활건강팀장은 "일반 남성들도 집에서 전문적인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색 아이디어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염도를 측정해 주는 '디지털 염도계'나 '굴절식 당도계'가 바로 그 예"라고 말했다.

조리하는 데 익숙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한 도우미 역할의 제품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닷컴의 '게푸 아채다지기'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38%나 상승했다. 라 퀴진 송유진 팀장은 "요리 입문자의 경우 쇠나 스테인리스 제품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실리콘 제품은 좀 더 안전한데다 경쾌한 느낌이라 요즘 인기가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① 초보자+고수: 쿠이지프로의 볶음 주걱. 400℃의 높은 온도에서도 녹지 않는 실리콘 재질이 특징이다. 2만원 선.
② 브니엘산업 2고수: 강판 굵기에 따라 치즈가 달리 갈리는 마이크로 플레인의 치즈 강판. 4만4900원
③ 쉐프스탁 3초보자: 재료를 넣고 윗부분을 힘차게 내리면 다져지는 마늘 다지기.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7800원. /G마켓
④ 초보자: 위에서 힘줘 누르면 감자가 으깨지는 자이언트 감자 다지기. 5000원. /G마켓
⑤ 초보자+고수: 자르기 힘든 과일을 쉽게 12조각 내는 게푸(gefu)의 과일 조각기. 5만1300원. /롯데닷컴
⑥ 초보자: 달걀 노른자가 쉽게 분리되는 달걀 분리기. 5000원. /G마켓
⑦ 초보자: 통에 쌀과 물을 넣고 흔든 뒤 물을 빼내면 쌀이 씻어지는 간편 쌀씻기 통. 1만8500원. /G마켓
⑧고수: 해외 유수 언론으로부터 '압력솥과 스텐레스의 벤츠'라고 호평 받은 스위스 브랜드 쿤리쿤의 핫팬. 30만~40만원대. /브니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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