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daily 리포트)세뱃돈의 경제학

손희동 기자I 2007.02.16 16:30:00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설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으로 향하고 있거나, 제삿상을 준비하느라 바쁘실테죠. 세뱃돈을 줘야 하는 입장에 계신 분들은 이번 설에 `세뱃돈을 얼마를 줘야할지`, `다른 방법은 없을지`, 혹은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을 어떻게 관리하게 해야할지` 등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세뱃돈에도 다양한 경제논리가 숨어있는데요, 시장부 손희동 기자와 생각을 나눠보시죠.

어렸을 적, 설날은 추석보다도 으레 먼저 기다려지는 명절이었습니다. 단시간의 노동(?)을 통해, 가장 손쉽게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지금도 그러한 사정은 바뀌지 않은 듯 합니다.

한 교육사이트가 중학생 1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중학생의 94%가 `설연휴가 기다려진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중 64%의 학생이 `세뱃돈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 규모도 이젠 단순히 `코묻은 돈` 수준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 온라인업체가 초중등생 1080명을 상대로 `세뱃돈을 얼마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9~10만원이라는 응답이 26%로 가장 많은 대답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뒤를 이어 3~5만원이 23%, 6~8만원 17%, 기타 응답 순이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수가 832만명이니 이들 학생들이 8만원씩만 받았다고 따져도 6000억원 넘는 돈이 새로운 수요를 찾아 움직인 셈입니다.

실제로 완구업체나 비디오 게임업체를 비롯, 디지털카메라 PMP MP3 등 디지털 기기 업체 등 10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상품매출은 설 연휴 이후 급증하곤 합니다. 유통업체로서는 설 연휴 이후가 입학·졸업 시즌과 맞물리기도 해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시점이기도 하지요.

세뱃돈 특수를 기대하는 업체들은 비단 이러한 소비재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뱃돈을 준비하는 금융권의 움직임 또한 분주합니다.

한 은행에서는 올해 외화로 세뱃돈을 줄 수 있도록 `외화 세뱃돈 세트`를 만들어 내놓았다고 합니다. 각국의 지폐를 한데 넣어 만든 세트인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교육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아주 인기라 하네요. 한정판으로 만든 5만세트는 조기에 매진됐고, 추가로 30만세트를 추가로 제작했습니다.

또 각 은행들은 이번 설 연휴, 고향가는 길에 신권을 바꿀 수 있도록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임시 지점을 설치키로 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단순한 은행업무는 물론, 세뱃돈 봉투나 차례상 차리는 방법의 등 안내서도 배포해 준다 하니 은행거래가 아니더라도 한 번 들려볼 법 합니다.

또 한국은행은 이번 설 세뱃돈 수요를 신권 교체의 적기로 삼고 있습니다. 전국 은행지점마다 작은 곳은 평균 2~3억원, 큰 지점은 5억원 이상씩 신권을 풀어 구권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자녀들의 세뱃돈 관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들이 많으실 겁니다. 설을 앞두고 은행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 전용 상품들을 대거 출시한다고 하는군요. 학자금 마련은 물론, 상해보험에 이르기까지 전용상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요즘 한창 펀드 열풍이 부니 펀드도 빠질 수 없지요. 이 때문에 세뱃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어린이 전용 펀드까지 등장했습니다. 최소 금액단위가 1만원부터 시작하는데다, 운용보고서를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목돈도 마련하고, 경제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세뱃돈을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뀐 것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세뱃돈에 대한 고민은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번 기회에 사랑하는 자녀나 조카들에게 돈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인식시켜 주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방법에서 부터 저축이나 투자 습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금융지식 등을 함께 알려주면 좋겠지요. 또 돈으로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를 이번에 한 번 일깨워 주는 것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나눔의 기회가 얼마나 큰 기쁨으로 돌아오는 지를 배우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니까요.

아무쪼록 이번 설명절, 가족 친지들과 함께 뜻깊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