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자타공인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불황이 오면 시장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돈을 써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믿는 정부 개입 옹호론자다. 그럼에도 정 이사장은 “재정 만능주의에 함정에 빠져 있다”며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가 가진 국정철학의 선의는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현 정부의 정책 운용 방안은 거시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 시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하지만, 서민을 돕겠다고 시장에 푼 돈이 물가폭등으로 이어져 다시 서민의 목을 조르는 역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재정 건전성이라는 최후의 방파제를 스스로 허무는 건 국가 경제의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국민들에 지급했던 민생회복지원금 등도 언급, “빚을 내 전 국민에게 획일적으로 현금을 살포한 정책은 거시경제학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재정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고소득층에게까지 몇십 만원을 쥐여주면 한두 달 골목상권 매출이 반짝 살아날 순 있지만 끊어진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잇는 데엔 1%의 기여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일시적인 진통제 격인 지원금 지급보다는 ‘대·중소기업, 자본과 노동간 생산 시스템과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구조개혁에 투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세수 증가에 내년 예산을 ‘800조원+α(알파)’ 규모로 늘려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미래대응기금을 설립해 추가세수를 활용하려는 데에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전략적 투자에 세수여력을 활용해야 국내총생산(GDP)이 커져 향후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진다”고 강조하지만, 정 이사장은 “국가 채무는 결국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이연된 세금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래대응기금을 두고는 “정부가 정규 예산 편성이 아닌 우회로를 택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하고 정권의 입맛대로 예산을 전용하려 한다”며 “기금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국회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면 민주주의 룰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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