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 흔드는 AI·블록체인 결합]①
AI기반 소비·결제·투자 통합 새 시장 창출
'디지털 지갑' 글로벌 선점 도전
점유율 규제땐 미래 금융 진출 실기
공정위 전략적 판단, 결합 승인을
[이데일리 김현아·이소현 기자]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업결합이 경쟁정책과 금융 규제의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한 이후, 시장의 관심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판단에 쏠리고 있다. 이번 결합은 단순한 기업 거래를 넘어, AI 기반 커머스·금융 에이전트가 주도할 미래 시장 질서를 어떤 기준으로 규율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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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쇼핑·결제·콘텐츠·AI를 아우르는 네이버와, 업비트를 중심으로 웹3(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 두나무의 결합은 단순한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의 초점도 기존 시장 점유율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지갑’이 이끄는 차세대 경쟁 구도로 이동하고 있다. AI와 웹3가 소비·결제·송금·투자·자본시장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할수록, 기존 산업 구분과 규제 틀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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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2024년 기준 매출 10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 자산 약 38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간편결제와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 역시 업비트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거래와 웹3 사업을 전개하며 자산 규모 약 15조원, 매출·영업이익 1조원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합병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5조1000억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4조9000억원으로 평가돼, 합병 이후 총 기업가치는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결합을 결정했으며, 거래가 성사될 경우 2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전면 불허보다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자, 두나무는 가상자산사업자로 분류돼 전통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금산분리 규제를 직접 받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 공백이라기보다, AI·웹3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종 업종 간 결합인 만큼 현행 규제 체계에서 토큰 결제 사업을 하지 않는 한 시장 지배력에 따른 공정거래 이슈는 크지 않다”며 “이번 판단은 낡은 금융의 정의를 유지할지, AI 시대의 새로운 금융 질서를 수용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 | 11월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박상진(왼쪽부터)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사진=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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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래 디지털 금융의 핵심 권력이 기존 빅테크 플랫폼보다 ‘디지털 지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애플페이는 은행·카드사·결제망·규제 당국의 통제 속에 놓여 있는 반면, 가상자산 지갑은 블록체인과 직접 연결돼 설계자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점을 짚었다. FT는 또 리플(Ripple)을 전통 금융망과 블록체인을 잇는 하이브리드 모델 사례로 들며, 디지털 금융 권력이 단일 주체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네이버의 플랫폼·결제·AI 역량과 두나무의 가상자산 지갑·웹3 인프라 결합은, 단순한 기업결합을 넘어 누가 미래 디지털 금융의 ‘관문’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경쟁 질서 재편의 문제를 제기한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AI정책이니셔티브 디렉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과거 같은 방식으로 점유율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적 베팅으로 조건부 승인을 통해 미래 경쟁 질서를 설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