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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를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요국의 정부 부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분석이라 더 주목된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주요국 재정수지 전망 비교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순부채(총부채에서 순자산 제외) 비율을 추정한 결과 미국은 올해 95%에서 향후 5년간 103%로 8%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2028년 성장률 전망치, 2024년 재정적자 비율(-5.1%) 등을 전제로 추정한 것이다.
일본은 같은 기간 순부채 비율이 161%에서 164%로 3%포인트 늘어난다. 독일은 47%에서 49%로 , 영국은 95%에서 98%로 증가한다. 중국의 경우 55%에서 62%로 높아질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봉주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이에 대한 재정 대응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 수준을 소폭 하회하는 각국의 재정적자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여타 선진국보다 재정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호한 성장 전망, 글로벌 위상, 부채비율 경로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는 성장률이 과다 추정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부전문위원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성장률이 재현될 경우 일부 국가들은 순부채 비율이 예상보다 급등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2024~2028년 성장률 추정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보다 0.7%포인트 높은 편이다. 과거 장기 저성장 체제로 회귀한다면 정부부채 비율을 추정치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또 재정수지 또한 정치적 문제로 적자가 확대되거나 지속되는 경향도 있어 2024년 예측된 재정수지가 시간이 갈수록 적자폭이 더 확대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은 향후 5년간 순부채 비율이 95%에서 113%로 무려 1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고 재정적자 비율이 -6.8%로 더 확대될 것을 가정한 수치다. 일본 역시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고 재정적자가 더 심화된다면 순부채비율은 161%에서 172%로 11%포인트 상승한다.
강 부전문위원은 “성장이 대폭 둔화되고 대규모 재정적자로 대응해야만 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지속가능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등은 채권 순발행이 불가피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브라질은 성장률이 현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아지고 재정적자가 커진다는 전제 하에 순부채비율이 현재 61%에서 5년 뒤 84%로 23%포인트 껑충 뛸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도 16%에서 37%로 23%포인트 뛰게 된다.
강 부전문위원은 “브라질은 대통령의 지출 확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4월 재정준칙 완화안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러시아 또한 전쟁 수행 및 국제 제재 장기화에 따른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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