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고위험임신과 고령임신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임신합병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임신 중 겪는 어려움으로 산전후 우울증을 진단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산모의 우울증은 육아기피와 아동학대 등 다양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인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산모와 아기의 강한 유대감이 산후 우울증과 불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박지윤 교수 연구팀은 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임산부가 임신 상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 태아에 대한 애착을 높이고 우울감을 낮출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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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1년 6월부터 산전관리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임신 20주 이상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시행해, VR 시험군과 대조군에 각각 40명씩 배정했다. 모든 참여자들은 약 6주간 권장식단을 비롯해 산전관리방법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임산부가 직접 체중, 혈압, 혈당 수치 등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사용하도록 교육받았다.
다만 VR 시험군의 경우 태아초음파 검사 영상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 태아의 3차원 입체영상을 모바일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관찰할 수 있게 했고, 아기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확대해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대조군의 경우 산전검사 일환으로 태아초음파는 동일하게 시행했으나 VR 영상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두 그룹 모두 태아초음파 전후, 태아에 대한 애착 수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설문지에 답변했다.
연구 결과 두 그룹의 나이, 교육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비슷했고, 평가항목에도 대부분 유사한 결과를 보였지만 태아와의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설문에서 VR 시험군의 애착점수 증가폭은 0.4점으로 대조군의 0.1점보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각 그룹에서 태아와 상호작용 점수가 증가한 산모의 비율로 살펴봐도, VR 시험군의 경우 43%로 대조군의 13%에 비해 높았다. 또한 VR 시험군에서 태아의 모습에 대한 상상 및 지각 정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산부인과 박지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재현된 태아의 모습을 임산부가 수시로 관찰할 수 있게 하여 태아와의 유대감 형성과 마음건강에 기여했다”며 “지난 2017년 분당서울대병원이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로 지정된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업해 조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고위험임산부를 대상으로 산전후 우울감에 대한 평가를 함께해왔는데 이러한 다학제 진료가 연구성과로까지 이어져 의미 깊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주관한 국책과제를 통해 이뤄졌으며 지난 3월 의학인터넷연구학회지(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